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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질수만 있다면 뭐든"

입력
2020.07.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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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스트라투스의 명성(7.21)

헤로스트라투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방화사건을 묘사한 그림. 작자 미상. medium.com에서.

헤로스트라투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방화사건을 묘사한 그림. 작자 미상. medium.com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자 형제의 총기 테러 일주일 뒤,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1,178호(2015년 1월 14일자)는 6개 언어로 795만부가 인쇄됐다. 표지에는 무하마드가 울먹이는 얼굴로 '지저스 샤를리(Je suis CHARLIR)'라 적은 팻말을 든 그림이 실렸다. 평소 약 6만부를 찍어 절반 남짓 팔던 잡지였다. 독자뿐 아니라, 가디언 등 유수의 언론사 및 단체들도 성금을 냈다. 여론은 물론 엇갈렸지만, 테러범들은 후폭풍을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뭔가를 감추려다가 오히려 더 널리 알리게 되는 현상을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라 한다. 2002년 한 매체가 캘리포니아 주정부 지원 하에 해안 기록 프로젝트를 벌여 사진 1만2,000여 컷을 공개했다. 가수겸 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저택 사진이 일부 포함됐다. 바브라는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작가와 매체를 상대로 5,000만달러 소송을 제기했다. 극히 미미하던 사진 조회 건수는 한 달 사이 42만 회를 넘었다. 바브라는 소송마저 기각 당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란 말이 그렇게 생겨났다.

'헤로스트라투스의 명성(Herostratic Fame)'이란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추구하는 명성을 일컫는 말이다. “아무도 몰라주는 것보단 욕을 먹더라도 유명해지는 게 낫다”던 ‘혐오의 전도사' 루이스 셸던 '이나, 범죄 ‘실적’을 과시하는 연쇄살인범들의 욕심이 그런 예다. 고대 그리스인 헤로스트라투스(Herostratus)는 B.C 356년 7월 21일,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에 불을 질렀다. 오직 "유명해지기 위해서"였다. 원로원은 사형을 명하며, 이례적으로 '이후 누구도 그의 이름을 말이나 글로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부가했다. 역사에 남기지 않고 잊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의 이름은, 스트라이샌드 효과 덕에, 지위 권력 돈 명예를 향한 추한 욕망의 상징으로 지금껏 살아남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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