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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로비스트를 자처한 '혐오와 증오의 전도사'

입력
2020.06.29 04:30
수정
2020.06.29 20:5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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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셸던(Louis Sheldon, 1934.6.11~2020.5.29)

루이스 셸던은 미국 보수 개신교-성공회 목사로 1980년 전국 규모의 종교 정치 로비단체인 '전통가치연합(TVC)'을 설립, 근년까지 반동성애 ?운동을 주도한 자칭 '주의 로비스트'였다. 그가 옹호한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미국의 건국이념이었지만, 그가 퍼뜨린 것은 성소수자와 이슬람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공포였다. 1997년의 루이스 셸던. AP 연합뉴스.?

루이스 셸던은 미국 보수 개신교-성공회 목사로 1980년 전국 규모의 종교 정치 로비단체인 '전통가치연합(TVC)'을 설립, 근년까지 반동성애 ?운동을 주도한 자칭 '주의 로비스트'였다. 그가 옹호한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미국의 건국이념이었지만, 그가 퍼뜨린 것은 성소수자와 이슬람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공포였다. 1997년의 루이스 셸던. AP 연합뉴스.?


루이스 셸던은 자칭 “주의 로비스트(Lobbyist for the Lord)”였다. 그는 미국 장로교회 목사였다가 성공회 보수 분파인 세인트제임스교회 목사로 개종했고, 1980년 ‘전통가치연합(TVC, Traditional Values Coalition)’이란 거대 종교ㆍ로비단체를 설립해 ‘사탄(Satan)의 음모에 맞선’ 선동가였고, 웬만한 정치인보다 백악관을 자주 드나든 힘센 로비스트였다.

그가 지키려 한 건 신앙과 전통 즉 “건국이념에 기반한 온전한 가정(family integrity), 반(反)낙태, 자유 경제, 국가안보”였고, 몰아내려 한 건 낙태옹호론자와 포르노업자, 도박꾼이었지만, 최고의 사탄은 “음란한 성적 취향을 특권화하려는” 동성애자와 그들을 편드는 정치인ㆍ교육자였다. 그는 강연이나 인터뷰 때마다 ‘호모(Homosexuals)’나 ‘남색가들(Sodomites)’이란 멸칭을 고집했고, ‘더 이상 아이들과 사회를 병들게 하지 말고, 모두 벽장(closet) 속으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6월, 보수 법관들까지 가세한 미 연방대법원의 직장내 성소수자 차별 금지 판결은, 64년 민권법과 2015년 동성혼 법제화에 이은 인권의 큰 진전이면서, 21세기 세속국가 미국이 셸던의 신정 세계와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다는 최종적 선언이었다. 셸던 십자군 전쟁은 결정적으로 패배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상 승리했다. 그가 퍼뜨린 ‘호모포비아(homophobia)’의 포자는, 보수 종교의 위세가 아직 성한 나라들로 확산됐고, ‘이슬람포비아’ 같은 변종으로도 진화했다. 그가 5월 29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포비아’는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셸던의 생애는 혐오와 공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되는지, 이른바 ‘공포 마케팅’의 논리를 보여주는 한 전형이었다.

LGBTQ 이론가 내서니엘 프랭크(Nathaniel Frank)에 따르면, ‘공포 마케팅’의 주 재료는 ‘가상의 위험’이다. 혐오주의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공포를 창조하고 부풀린다. 타락한 취향이자 정신질환인 동성애를 인권 교육이란 ‘미명’하에 퍼뜨려 청소년들을 동성애자에 물들이고 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훼손한다는 주장이 그 예다. 1991년 LA 시교육위원회가 산하에 동성애자 교육위를 설립해 공립학교 ‘성소수자 자긍의 달’을 제정하자 셸던은 단체 서신으로 “호모 재생산의 음모로부터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사탄에 맞선 연대”를 호소했다. 실제로 그렇게 물든 아이들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그런 삶의 방식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해악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동성애를 시도하리란 게 합리적 판단 아니냐.” 동성애자 교육위원장 캐시 질(Kathy J. Gill)은 “우리가 가르치려는 건 (동성애자뿐 아니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모든 소수자에 대한 존중”이라고 반박했고, 셸던은 “당신들은 언제나 (동성애를) 타당한 대안으로 말하는데, 그 자체가 곧 홍보(promotion)”라며 “우리는 악을 용인하거나 도착증(perversion)을 부추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동성애자 커플의 자녀 입양이 뜨거운 이슈였던 2002년 셸던은 CNN 생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모섹슈얼리티는 한마디로, 수많은 이들이 거듭 밝혀온 것처럼, 사회 질서를 해치는 원흉”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운동가 댄 새비지(Dan Savage)는 “셸던 목사께서 거듭 그렇게 주장해온 것은 맞지만, 그런다고 그게 사실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모 다음에는 소아성애 합법화가 법률적 이슈가 될 것이다.”

앤드리아 래퍼티

TVC는 성소수자 다수가 소아성애자라는 근거 없는 주장도 퍼뜨려왔다. 2011년 아버지에 이어 TVC 회장이 된 딸 앤드리아 래퍼티(Andrea Lafferty)는 2016년 “호모 다음에는 소아성애 합법화가 법률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것도 ‘가상의 위험’과 공포를 창조하고 증폭시킨 전형적 예였다.

‘포비아’는 혐오와 공포가 재생산되는 문화ㆍ관습, 종교ㆍ사회적 맥락을 본능적ㆍ자연적 윤리 질서로 둔갑시키곤 한다. ‘동성애= 반 자연질서’란 공식이 그렇다. 프로이트를 비롯한 지난 세기 여러 연구들이 ‘본능적 동인’을 포비아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진전된 연구들은 포비아의 바탕에 깔린 감정적ㆍ감성적 요인들이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 문화ㆍ종교ㆍ사회적 맥락에서 키워진다는 사실을 확인해왔다.

그레고리 헤렉(Gregory M. Herek)은 동성애 연구들을 메타 연구한 ‘호모포비아를 넘어서’란 1984년 논문에서 동성애에 부정적인 이들을 분석, 그들은 상대적으로 동성애자와의 접촉ㆍ교류 경험이 적고, 성 표현에 민감하며, ‘반동성애’가 지배적 규범인 지역(미국 중서부 및 남부, 캐나다 프레이리 지역 등)에 주로 거주하고, 나이가 많고, 교육 수준이 낮고, 종교적이며, 성역할에 집착하고, 성에 대해 수동적이거나 죄의식 등 부정적 인식이 강하며, 권위주의적이라고 썼다.

19세기 말 ‘호모포비아’를 연구한 윌리엄 제임스는 “관용은 학습되는 것이고, 혐오는 타고나는 것”이라며, 포비아의 질긴 생명력에 주목했다. 그의 가설은 절반만 옳았다. 감정(감성)에 침윤된 혐오ㆍ공포는 본능에 버금가게 질기다. 예일대 폴 블룸(Paul Bloom) 교수팀은 동성 커플 자녀 양육 이슈에 대한 ‘문화 인지 연구’에서, 반대론자들은 ‘아이들의 정서적 건강 및 복지에 대한 염려’를 주된 근거로 제시하지만 반박 연구 즉 게이 커플 자녀들과 이성애자 부부ㆍ커플 자녀들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근거를 접한 뒤에도 입장을 번복한 이는 극소수였다고 밝혔다. 인간의 뇌는 인지부조화 즉, 감정과 충돌하는 것들을,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외면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포 마케팅’은 그 취약한 본성을 파고든다.

블룸의 실험은 한편으로, 감정의 문제를 이성적 판단의 문제로 합리화하는 ‘포비아’의 다른 전술 하나도 드러내 보였다. 중세 마녀사냥, 유대인 박해, 20세기 빨갱이 사냥, 21세기 동성애자 혐오ㆍ차별 모두 나름의 ‘이성적 이유’들이 있었다. 한마디로 인류와 국가 사회 공동체의 안녕, 도덕 윤리 종교 등 주류 권력 질서의 보위였다. 최후의 방패, 즉 근본 질서는 물론 무적의 신과 불변의 도그마 즉 성경이었다. ‘주의 로비스트’ 셸던이 한 일이었다.

셸던 ‘보수 종교 대변자’가 되다

셸던은 1934년 워싱턴D.C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별 신심 없는 개신교 신자였고, 어머니는 정통유대교인이었다. 그는 16세 무렵 “거리의 한 주정뱅이가 ‘네겐 오래된(old-fashioned) 종교가 필요하겠다’고 권한 게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계기”였다고, “그날 이후 나는 다시 태어났다”고 1989년 인터뷰에서 말했다.(##8) 미시건주립대에서 사학을 전공한 뒤 프린스턴신학교를 나와 1960년 장로교회 목사가 됐고, 노스다코타 등지서 목회 활동을 하다가 1969년 캘리포니아 보수의 근거지인 오렌지카운티에 정착했다. 보수 복음주의자 패트 로버트슨(Pat Robertson) 등을 도와 보수 정치인 선거운동 등에 개입하며 정치를 익힌 뒤였다.

그는 낙태 논쟁이 핫이슈이던 80년대에 이미 곧 동성애 문제가 낙태문제를 능가할 이슈라고 주장했을 만큼 감각적으로 기민했다. ‘기계적 중립’에 집착하는 미디어의 생리를 잘 알았고, 그걸 이용하는 기량도 탁월했다. 캘리포니아는 보수-진보 진영이 무수한 쟁점을 두고 전초전을 치르던 최전선이었고, 언론은 가장 도발적이고도 선명하게 말해주는 셸던에게 앞다퉈 마이크를 제공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1975년 동성간 성행위를 형법으로 처벌하던 이른바 ‘소도미법’을 폐지하고 성인간 합의하의 성행위를 전면 합법화(Consenting Adult Sex Bill, 시행은 1976년)했다. 그는 “타락의 불꽃이 마침내 점화했다”고 선언했다. 78년에는 공립학교 성소수자 교사를 해고하려던 당시 공화당 주 상원의원(John Briggs)을 도와 ‘캘리포니아 아이들의 방패(CDOC)’란 조직을 이끌었다. 그의 전장이 앞서 소개한 델 마틴- 필리스 라이언의 전장이었다. 셸던은 저 일련의 싸움에서 주로 패배했지만, 종교적 보수 진영의 대변자로 전국적 명사로 급부상했다.


2017년 폐쇄된 '전통가치연합(TVC)' 홈페이지 로고. 사진 오른쪽이 루이스 셸던이고, 왼쪽이 그의 딸이자 TVC 후임 회장인 앤드리아 래퍼티. anarchistrevolt.com

2017년 폐쇄된 '전통가치연합(TVC)' 홈페이지 로고. 사진 오른쪽이 루이스 셸던이고, 왼쪽이 그의 딸이자 TVC 후임 회장인 앤드리아 래퍼티. anarchistrevolt.com


그는 1980년 ‘오렌지카운티의 얼굴’이라 불리던 한 지역 사업가의 후원을 받아 TVC를 설립했다. 진보의 썰물과 보수의 밀물이 교차하던 ‘뉴라이트 New Right’의 첫 파도 위에 그렇게 배를 띄웠다. 마침 불어닥친 AIDS 비극도 그에겐 ‘신풍(神風)’이었다. 그는 “그릇된 선택으로 자초한 일인 만큼 동성애자는 AIDS의 희생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 때문에 감염된 이성애자와 사회가 피해자다”라고 말했고, 동성애자들이 주로 모이는 공중목욕시설을 폐쇄하고 AIDS(HIV) 감염자를 과거 나병환자들처럼 특정시설에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이들이, 보수 종교단체와 정치인들이 그를 후원했고, TVC는 본부를 워싱턴D.C로 옮겨, 미국 동ㆍ서부를 가로지르며 주ㆍ연방 정부 및 의회를 상대로 본격적인 로비를 전개했다. 공화당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셸던을 하원 연단에 세우기도 했다. 연방법상 로비스트는 의회 건물 안에 들어설 수 없지만, 그는 목사 신분의 ‘주의 로비스트’였다.

인종ㆍ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며 모든 형태의 극단ㆍ근본주의 단체 감시활동을 전개해온 ‘남부빈곤법률센터(SPLC)’ 조사에 따르면, 셸던 부녀는 80, 90년대 백악관을 70여 차례 출입했고, 조지 W. 부시를 최소 8차례 만났다. 부시 정권의 법무장관 존 애시크로프트(John Ashcroft)는 셸던을 “위대한 미국이 자리잡은 반석 같은 전통과 가치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라고 칭송했다. 한편 애너하임의 그의 집 앞에선 피켓 시위가 자주 열렸고, 그에게 침을 뱉는 이들도 있었다. 셸던은 “부정적인 이미지로라도 알려지는 게 아무도 모르는 존재로 사는 것보단 낫다”고 89년 인터뷰에 말했다.

‘전통과 신앙’의 미심쩍은 이면

캘리포니아 공정정치집행위원회는 TVC가 ‘네바다 카지노’ 등 다섯 개 도시 도박업소 허가 반대 운동을 펼치던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셸던의 외아들(Steve)이 해당 업체들로부터 로비자금 15만6,000 달러를 받았고, 셸던도 컨설팅비 명목으로 1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정치에 발을 담그면 더러 이상한 친구들(strange bedfellows)과도 얽히기 마련”이라며 “악마는 돈이 무척 많고, 이제 우리는 거기에도 손을 댈 때가 됐다”고 정당화했다. 비영리 뉴스매체 ‘WhoWhatWhy’를 설립한 저명 탐사기자 루스 베이커(Russ Baker)는, TVC 이사이던 목사 스티브 앤더슨(Steve Anderson)이 캘리포니아 콜턴(Colton)의 한 대형 쓰레기 처리업체(Taormina Industries)의 ‘미심쩍은’ 계약 건을 폭로한 적이 있는데 셸던이 앤더슨을 무마하며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심지어 그 업체 오너를 TVC 이사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앤더슨 목사는 “셸던 패밀리는 모두 TVC를 이용한 가짜들”이라고, “TVC가 수천 개 교회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내가 이사로 재직한 1994~96년의 경험에 비춰 단언컨대 허풍”이라고 말했다. 전성기 TVC는 미국 전역의 4만3,000여 개 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라고 주장했다.

90년대부터 셸던과 함께 활동해온 분신 같은 딸 래퍼티는 2011년 TVC 세습 의장이 됐다. 래퍼티는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2013년 성소수자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한 직후 폭스TV에 출연, “LGBTQ 교사는 교내 총기난사범만큼이나 학생들에게 위험한 존재”라고 말했고, 그해 오하이오 주 공화당 상원의원 롭 포트먼(Rob Portman)이 기자회견을 통해 아들이 게이란 사실을 밝히며 ‘아들 덕에 동성애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의 반 동성애 입장을 번복하자 포트먼의 기자회견 문장에서 동성애를 ‘음주운전’으로 바꿔 그를 조롱했다. “금주 초 내 아이 중 한 명이 내게 무척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그가 음주운전을 했고, 그것도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그래왔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며칠 골똘히 생각한 끝에, 음주운전에 반대한 제 과거 입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셸던의 딸 앤드리아 래퍼티는 TVC 의장에 취임하자마자 반 이슬람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진은 뉴욕 9.11 그라운드 제로 인근의 이슬람 커뮤니티센터를 반대하는 대중 집회 장면.?게티이미지.

셸던의 딸 앤드리아 래퍼티는 TVC 의장에 취임하자마자 반 이슬람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진은 뉴욕 9.11 그라운드 제로 인근의 이슬람 커뮤니티센터를 반대하는 대중 집회 장면.?게티이미지.


래퍼티는 TVC를 맡자마자 ‘Stop Sharia Law in America’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슬람이란 새로운 사탄을 창조한 거였다. 그는 모스크도 아닌 뉴욕 파크51 인근의 무슬림 커뮤니티센터 빌딩을 “이슬람 ‘극단주의’ 종교의 그라운드 제로”라고 선언했고, 그해 상원 법사위 인권 소위 증인으로 출석해 “이슬람은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 신앙을 망토처럼 두른 지정학적 군사 조직”이라고 강변했다.

TVC는 주법상 면세 혜택(501(c)(3))을 받는 비영리단체다. 하지만 연 수입 2만5,000달러를 초과하면 면세 기준에 합당한지 확인할 수 있는 모금-지출 내역(Forms 990)을 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그 규정을 어기면 벌금을 문다. ‘폴리티컬 리서치 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TVC와 산하단체인 ‘TVC교육법률협회’는 2004~2014년 회계연도 내내 적자를 기록했고, 2014년 이후 ‘Forms 990’ 보고조차 중단했다. 단체는 2017년 홈페이지를 닫고 사실상 해산했다.

셸던은 2019년 4월, 딸과 TVC 간부 및 이사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TVC가 불합리한 보상(과도한 급여)과 엽관주의”를 고수하며 “스스로 인정한 부채 상환을 거부하고, 노년층을 상대로 한 사기성 유인 운동을 전개해왔다”고, “그 탓에 TVC가 채무이행불능사태에 빠졌다”는 거였다. 2년 전 딸은 아버지를 상대로 워싱턴D.C의 TVC 본부 자산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그 재산은 셸든 명의였고, 2019년 법원은 딸의 소송을 기각했다. 드러난 바만 보자면, 말년의 부녀는 불화했고, 배경에는 그들의 신앙이 한사코 경계하라던 돈과 탐욕이 있었다. 셸던이 숨진 직후 래퍼티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내 아버지는 기독교 보수주의 활동의 구심체였다.(…) 약 30년간 곁에서 함께 일하며, 나는 매일 그의 비범한 신앙심과 애국주의의 전형을 봐왔다”고 말했다. 그건 일종의 ‘적통 세습’ 선언이었다.


첨언

*진보 신학자와 사제 등이 최근 함께 펴낸 신간 ‘혐오와 한국교회’(삼인 발행)는 한국 교회가 해방 직후의 ‘빨갱이’서부터 근년의 동성애자까지 어떤 ‘악’과 ‘이단’들을 만들어냈고, 거기서 배양한 혐오의 양분으로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그 혐오의 역사를 폭로하고 신학적ㆍ사회적ㆍ윤리적으로 비판한 책이다. 앞서 2017년 한백교회 이상철 담임목사가 진보 신학계 온라인 매체 ‘뉴스앤조이’에 기고한 ‘호모포비아, 그 오역과 치욕의 역사’는 저 책의 골자를 잘 압축한 글이다. 이상철 목사는 동성애 혐오를 “21세기 한국형 종교재판”이라며 “중세교회가 위기에 빠졌을 때 정점에 달했던 마녀사냥의 열풍이 한국교회의 위기(부도덕ㆍ부패)가 선언되는 이 시기에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호모포비아란 용어가 지닌 본능적ㆍ개인적 뉘앙스를 비판하는 이들은 문화적ㆍ사회적 맥락을 부각한 ‘헤테로섹시즘(Heterosexism)’이란 용어를 선호한다. 아래는 미국 서던메인대 ‘세이프존 프로젝트’가 정리한 나의 ‘헤테로섹시즘 성향 식별법(일부)’이다.

- 과잉 성애화(Oversexualization): 성소수자를 복합적인 인격적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성 정체성으로만 판단하려는 경향(“저 게이가 혹시 내게 성적 관심이 있나?”)

- 성정체성 경시: 인격적 정체성의 주요인인 성지향을 애써 외면하며 의도적으로 언급을 회피하려는 경향.(“당신이 LGBTQ인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 정치적 중요성 부정: 이성애자 규범사회에서 성소수자가 겪는 핸디캡을 부정하는 경향(“네 사생활에는 관심 없다. 그러니 말하지 마라”)

- 낙인 찍기: 성소수자를 비정상(비규범적)이라 전제하고, 성 정체성의 치유 가능성 혹은 원인을 언급하기(문제는 소수자 성정체성이 아니라 헤테로섹시즘이다.)

- 비가시화하기: 상대를 헤테로라 전제하고 이성 친구의 존재 여부 등을 묻는 경향.

- 일반화: 당신이 아는 성소수자 일부가 소수자 일반을 대표한다고 여기는 경향. (“너는 다른 LGBT와 다른 것 같아”)

- 당신의 헤테로 정체성의 과시: 동성애자의 외모나 옷차림을 정형화해 ‘혹시 내가 동성애자로 보일까 봐’ 과도하게 신경 쓰는 경향.

- 먼저 말 꺼내기를 기대하기: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의 책임을 당사자들에게 부과하면서, 그들이 말할 수 있는 여건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

-성소자에 대한 일반적 오해: 음란하다거나, 모든 레즈비언은 남성혐오주의자라거나, 한때의 충동이리라는 오해.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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