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정상회의
접점 찾지 못해 회의 하루 연장
‘보조금이냐 대출이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뚫고 5개월여 만에 머리를 맞댔지만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흔들린 경제와 ‘하나의 유럽’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필수 과제, ‘경제회복기금’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가난한 남부 회원국과 재정 건전성이 탄탄한 국가들 사이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상들은 전날부터 이틀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앞서 제안된 7,500억유로(약 1,02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과 1조740억유로(약 1,457조원) 규모의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을 놓고 오프라인 협상을 진행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예상대로 힘겨운 협상이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회의 분위기를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대변인은 이날 늦게 19일 오후 회의를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접점 마련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의 분석도 비슷하다. 이번 협상의 합의 확률을 ‘50 대 50(포르투갈 일간 퍼블리코)’으로 보거나 ‘예상보다 더 복잡한 협상(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 델라 세라)’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기금 조성에 적극적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 19일 회의 직전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기금 지원형식’ 이었다. EU 집행위가 높은 신용등급을 이용,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경제회복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까지는 회원국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피해 지원금을 대출로 할지 말지를 두고 대립이 팽팽하다. 감염병 피해가 크고 재정도 열악한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선 대출 형식을 반대한다. 회원국 빚(보조금)으로 달라는 것이다. 반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는 대출을 밀고 있다. 5,000억유로를 보조금, 나머지(2,500억유로)는 대출 형태로 지원하는 게 초안이었으나 양측 모두 비율에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노동시장 개혁방안 등 추가 조건 논의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 미지수지만 빈사 상태의 유럽 경제를 재건하려면 기금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코로나19 이후) 유럽은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했고 경기부양을 위해 빠른 현금 동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 전망을 보면 올해 역내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8.3%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 조성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삐걱거린 EU 공조 체제를 다시 조여 매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정상회의는 최악의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EU의 (공조)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때문에 이날 합의에 최종 실패해도 다시 정상회의가 열릴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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