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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와 이스라엘의 동행은 계속될까

입력
2020.07.19 14: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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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석
김강석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이스라엘 서안지구. ⓒ게티이미지뱅크

이스라엘 서안지구.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는 국가를 꼽으라면 이집트와 요르단 두 나라가 있다. 1979년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는 캠프데이비드 협정 체결로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였다. 요르단은 1994년 냉전 해체의 국제정치 환경 변화 속에서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하였다. 이후 현재까지 이스라엘과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선뜻 나서는 국가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나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라비아 반도 남단에 위치한 오만과 같은 국가이다. 2018년 10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현직 총리로서는 22년 만에 오만을 방문하여 술탄 카보스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주목받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어 가장 가까운 중동 국가로 분류되는 아랍에미리트이다.

2019년 2월 아랍에미리트는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한 것이다. 역대 교황 가운데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슬람이 태동한 아라비아 반도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아랍에미리트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왕세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기념하며 아부다비에 있는 사디야트 섬에 이른바 ‘아브라함 가족의 집(Abrahamic Family House)’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예배 시설이 함께 갖춰진 종교 건물로 타 종교에 대한 포용을 강조하는 처소가 될 예정이다. 이러한 관용적 태도는 장기적 관점에서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과의 화해를 도모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부득이하게 내년으로 연기된 두바이 엑스포에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초대하였다. 이스라엘의 두바이 엑스포 참가는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양국 간 협력의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 7월 2일 이스라엘의 국영 방위산업체인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과 라파엘은 아랍에미리트 기업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연구 협약에 서명하였다.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세프 알 오타이바 미국 주재 아랍에미리트 대사는 지난 6월 12일 히브리어로 발행된 이스라엘 신문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에 양국 관계에 관한 흥미로운 기고문을 실었다. 해당 글에서 알 오타이바 대사는 테러리즘과 외부의 공격에 대한 대처에 공동의 관심을 가진 양국은 안보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중동 지역에서 가장 다변화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두 나라 간 경제 협력이 필요하며, 기후변화, 수자원과 식량안보, 과학기술 분야 등에서도 공통의 이해관계를 창출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양국 우호 관계의 향방을 결정할 최대의 변수는 팔레스타인 문제, 그 가운데에서도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합병 문제가 되고 있다.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 승리하고, 점령한 지역으로 이곳에는 다수의 유대인 정착촌이 형성되어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초 올해 7월부터 서안지구 내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부의 합병 계획에 동조해 왔기에 워싱턴과의 긴밀한 조율하에 합병이 모색되어 왔다.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역시 합병 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알 오타이바 대사는 합병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아랍에미리트의 열망을 뒤엎을 것이라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폭력 사태에 불을 붙이고 극단주의자들을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까지 전했다. 알 오타이바 대사의 기고문에 다소 움찔한 것일까? 네타냐후 총리는 예정대로 합병을 추진하지 않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와 같은 이견을 극복하고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이 사이좋은 협력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김강석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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