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폐ㆍ피해자 2가가해 전담할 수사TF 구성
성희롱은 죄 묻기 어렵고 박 시장 사망에 따른 한계도
경찰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피해자의 피해 호소에도 서울시가 사건을 묵인하거나 오히려 조장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박 전 시장을 보좌했던 서울시 고위 간부와 비서진 등이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성폭력 은폐 의혹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를 종합적으로 수사할 전담수사팀까지 꾸렸다.
서울경찰청은 17일 "서울시 관계자들이 박 전 시장 강제추행 의혹을 방임ㆍ묵인한 혐의,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등을 전담하기 위해 서울청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서울청 고위관계자는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것과는 별개로, 서울시의 피해사실 묵인 의혹 등은 다른 차원에서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며 "조만간 서울시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은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지난 4년간 시장실과 비서실에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특히 이런 성추행 사실을 시 내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시 관계자들이 번번이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며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성적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6개월마다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제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상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성폭력 등에 노출됐는데도 시 관계자들은 박 전 시장의 '기분'을 맞추느라 이런 상황을 묵인하고, 오히려 그의 성추행을 조장ㆍ방조했다는 것이 피해자 측 주장이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10일 고한석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등 역대 비서실장과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업무상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가세연은 고발장에서 "(관계자들이) 피해 사실을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묵살하는 식으로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17일 가세연을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한 데 이어 조만간 박 전 시장 생존 당시 비서실에 근무했던 비서실장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수사로 전환하겠다는 게 경찰의 방침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행위를 방조ㆍ묵인 혐의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변호사는 "성희롱은 현행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데다, 무엇보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보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걸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를 입증한다고 해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돼 방조죄 자체를 따지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단체 등에서 추가로 제시한 각종 의혹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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