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성평등 주무부처에 걸맞지 않는 소극적인 입장을 반복해 내놨다.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가족부의 정례브리핑에는 평소보다 많은 언론사 30여곳이 참석했다. 하지만 높은 언론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여가부는 명확한 대응책이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구성을 논의 중인 박 전 시장 성추행 진상조사위원회 참여에 대해 황윤정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성평등 주무부처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 대신 "여가부에 (정치권이)참여 요청을 하면 참여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황 국장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피해자로 본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A씨를 '피해 호소인', 이낙연 의원은 '피해 고소인'으로 A씨를 지칭했는데, 이런 표현은 사실상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기에 2차 가해를 유발하는 용어라는 비판이 여성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황 국장은 "'고소인'도 중립적인 용어로 봤다"면서 "상황 기술 방식은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논란이 되는 호칭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기관별 차이'로 본 셈이다.
또한 황 국장은 "서울시의 성희롱ㆍ성폭력 예방교육에서 기관장의 교육참석여부를 확인했을 때 박 전 시장이 2018년 참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서울시의 성희롱ㆍ성폭력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서면 점검 중이며 빠른 시일내 서울시에 대해 전문가들과 현장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여가부의 정례브리핑에는 평소보다 많은 언론사들이 참석 의사를 밝혀 브리핑 장소를 더 큰 회의실로 바꿀 정도였다. 하지만 잇따른 기자들의 질의에도 브리핑 시간은 기존과 동일한 30분으로 제한됐고 여가부는 "원래 정례브리핑은 영상촬영은 하지 않는다"며 방송사들의 촬영 요청도 거부했다. 사안의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정례브리핑에는 장차관이 참여하지 않는 여가부의 관행에 따라 이정옥 장관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여가부는 뒤늦은 오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관 주재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장관은 회의에서 민간위원들로부터 피해자 보호 및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등에 관한 의견을 듣고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정은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대표 등 민간위원 6명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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