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아홉 번 원고를 고쳐 쓴 국회 개원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협치를 당부했고 민생 법안을 신속히 입법해 달라고 요구했다. 원 구성부터 합의가 안 돼 한 달 반이 지나서야 지각개원식을 가진 21대 국회가 민생 현안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문 대통령도 여당의 의석만 믿지 말고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를 적극 구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21대 국회는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재발견된 대한민국을 반석 위에 올리고 세계 선도 국가로 만들기 위해 국회가 국민통합의 중심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한국판 뉴딜, 부동산 대책, 공수처 출범과 관련해 협조를 구했다. 임기 후반기 국정 과제를 담은 것인데, “부동산 투기로 돈 못 벌게 하겠다”는 표현에서 최근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얼마나 민감하게 보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21대 국회는 이날 정보위원장 결정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체제가 마련됐다. 하지만 지금 국민 여론은 문 대통령과 여당이 독주할 분위기가 아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인 44.1%로 떨어지며 18주 만에 부정 평가(51.7%)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그만큼 실효성 없는 부동산대책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에 대한 대응에 국민 실망이 컸다고 하겠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마저 선출하지 않은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검은 마스크와 민주당 규탄 리본을 착용한 채 대통령 연설을 들으며 냉랭한 분위기를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대통령이 민주당에 실질적 협치를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공개 질의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협치의 실패에 대해 문 대통령 스스로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고 했다. 거대 여당의 국회가 독주하는지 타협하는지에 후반기 국정의 성패가 달려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