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피해 호소인' 용어 2012년 첫 제안했지만, 박원순 고발인은 피해자 맞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피해 호소인' 용어 2012년 첫 제안했지만, 박원순 고발인은 피해자 맞다"

입력
2020.07.16 11:31
수정
2020.07.16 13:44
0 0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출신 류한수진씨
"말 가져다 쓰기 전에 말한 사람의 목소리 듣길"

류한수진씨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논란으로 떠오른 '피해 호소인' 표현 관련 입장을 밝혔다. 류한수진 페이스북 캡처

류한수진씨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논란으로 떠오른 '피해 호소인' 표현 관련 입장을 밝혔다. 류한수진 페이스북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자녀이자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지낸 류한수진(30)씨가 "저는 문제의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라고 16일 밝혔다. 피해 호소인은 여권과 서울시 등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사용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선 표현이다.

류씨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피해 호소인 용어를 사용하는 학생회칙이 발의된 계기는 많은 분들이 알고계시는 2012년 서울대 대책위원회 사건"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언급한 회칙 개정은 2011년 한 학생이 “대화 도중 줄담배로 억압적인 상황을 만들었다”며 남자친구를 성폭력으로 학생회에 신고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회칙에서 이 사건은 성폭력으로 볼 수 있었으나, 사회대 학생회장이었던 류씨는 “회칙에 따르면 이 사건을 성폭력으로 보지 않는 제가 2차 가해자가 될 수도 있으나,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할 의사가 없다”며 회장직을 사퇴했다.

다음해 회칙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사회대 학생회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했다. TF 팀장은 류씨가 맡았다. 개정안에서는 '성차에 기반을 둔 (성차별적) 행위'도 성폭력으로 본다는 기존의 회칙을 없앴다. 관련 용어와 함께 피해 호소인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 가해 지목인의 의무 등을 규정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 가운데는 사건을 은폐하거나 해결을 방해하지 말란 취지의 것이 태반"이라고도 했다.

류씨는 "여성 연대는 말을 지우기 전에, 남성 연대는 말을 가져다 쓰기 전에 말한 사람의 목소리를 제발 좀 듣고 일말의 고민이라도 해달라"면서 "피해자를 영원히 피해 호소인으로, 피해자의 고발을 영원히 일방적 주장으로 가둬 둘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런 용어를 제안하고 회칙을 만든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시점서 '박원순 고발자'는 피해자로 칭해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피해 호소인 용어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강훈식 수석대변인, 여성 의원들의 성명에서 거듭 등장하면서 불거졌다. 서울시 역시 '직원 인권침해'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전직 비서가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아놓은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류씨는 "시 당국이나 정당의 대표로서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겠으나 시민으로서 저는 이 시점에서 고발자 분은 피해자로 칭하는게 맞다"고 본다고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가가 성폭력 문제 해결에서 내내 보여 온 극단적인 무능과 남성 중심적 편향, 민주당이 이 문제에 보여온 어정쩡하고 보수적인 자세, 서울시가 이미 문제제기를 묵살했다는 해당 여성의 고발을 고려할 때 사실 이 문제에 (서울대) 회칙의 '원론'을 적용할 수 있긴 한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류씨는 "절차 이전에 가ㆍ피해를 확정짓지 않는다는 것은 성인지적인 의미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가 이뤄진다는 전제 위 도입된 원칙인데, 이 사건의 그 어디서도 그러한 절차를 기대할 만한 기관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사건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여권 및 관계 기관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식 기관의 대표들이 피해 호소인이란 대체어를 고집하는 것은 정말 유감스럽게도 실제로 보수 언론과 야당, 논객들의 말대로 사건 자체를 무화하거나 최소한 가해자의 불명예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비친다"고 강조했다. 또 "의도와 상관없이 그런 효과를 어느정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전혼잎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