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지각 개원에 개고 거듭
한국판 뉴딜 내용 등 새로 포함
“어제 연설문을 완전히 새로 썼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21대 국회 지각 개원 연설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언제 진행될지 모를 개원식을 기다리며 연설문 수정을 거듭했던 데 대한 소회였다. 국회 임기 시작 47일 만에야 빛을 볼 수 있었던 이날의 글은 아홉 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됐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개원연설 뒤 이어진 환담에서 나왔다. 환담장인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먼저 “취임 후 일곱 번째 국회를 방문하신 것으로 안다. 국회를 존중하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고 환영의 인사를 건네자, 문 대통령은 “좀 늦어지기는 했습니다만 21대 국회의 개원을 다시 한 번 축하 드린다”며 말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이 ‘전면 개고’된 것임을 밝히면서 “하루하루 얼마나 빠르게 상황이 달라지는지, 이미 준비해놨던 전문은 벌써 구문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최장 지각 개원식에 대한 안타까움을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발언엔 그간 개원식이 불발되거나 확정되지 않으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상당한 고충을 겪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문 대통령으로선 개원식이 언제로 잡히든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연설문을 늘 갱신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연설문은 상당히 깁니다. 많은 정성이 필요한 일이지요”라는 말로 애로를 전하기도 했다. 강 수석은 지난달 2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서도 “대통령님은 5일날 개원연설을 하시려고 문장도 다듬고…”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연설문은 개원식이 열릴 뻔했던 지난달 5일 이후 네 번의 전면 개고를 거쳐 나온 것으로 계산된다. 전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지금 개원연설문을 아홉 번째 고쳐 쓰고 계시는 중”이라고 말했고, 1일엔 “세 번의 전면 개작, 크고 작은 수정까지 포함하면 모두 8번 고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완전히 새로 썼다”는 연설문엔 한국판 뉴딜과 관련한 부분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환담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한국판 뉴딜 계획을 국회에서 먼저 말씀드리고, 상세한 종합계획을 국민들께 발표하려고 했는데 국회 개원이 조금 늦어지면서 선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