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하면 염증 반응ㆍ산화스트레스에? 무뎌져
고령ㆍ당뇨병ㆍ심혈관질환도 코로나19에 위험

비만해도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가운데 비만한 사람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와 대한비만학회 편집위원회(남가은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구보경 보라매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같은 코로나19와 비만과의 관련성을 규명해 대한비만학회 공식 학술지(‘Journal of Obesity & Metabolic Syndrome’)에 게재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고령ㆍ당뇨병ㆍ심혈관질환 등이 코로나19 진행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만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 높이고 중증도를 높일 수 있는 독립적인 위험인자인지 아직까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대한비만학회 편집위원회는 여러 나라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모아 비만이 코로나19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그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우선 중국 원저우 3개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진단된 214명의 초기 환자를 조사한 결과, 지방간 및 비만 환자는 코로나19 위험성이 6배가량 높고 예후도 좋지 않았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3개 병원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체질량지수(BMI) 35㎏/㎡ 이상 중등도 비만 환자가 중환자실에 더 오래 입원했다. 상대 위험비(Odds ratio) 값은 5.4배였다.
국내 13개 병원에서 나온 보고에서도 코로나19 환자의 40%가 BMI 25㎏/㎡ 이상 비만이었다.

비만이 코로나19에 미치는 메커니즘
이처럼 이번 분석 결과, 고령ㆍ당뇨병ㆍ심혈관질환ㆍ흡연과 더불어 과체중 및 비만하다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고 심각한 결과가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창희 교수는 “비만이라면 코로나19에 대항하는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방세포는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인터루킨-6을 분비하는데, 이러한 염증매개물질인 사이토카인의 과다 분비가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켜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이고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했다.
남가은 교수는 “비만 환자는 만성적으로염증 반응 및 산화스트레스에 취약해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며 “이로 인한 사이토카인의 과도한 분비가 결과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으로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만은 염증 메커니즘 외에도 다른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예컨대 비만하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기 어렵고, 기계 호흡 등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힘들어져 사망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비만 환자가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이 있다면 기존 치료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구보경 교수는 “고혈압약 가운데 일부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차단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체내 유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초기 보고가 있었지만, 그러한 우려보다 고혈압약을 잘 먹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당뇨병 환자도 먹던 약을 계속 먹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이 높으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증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지질혈증 약인 스타틴도 항염증ㆍ심혈관질환 예방 효과, 이로 인한 사망률까지 낮출 수 있기에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계속 먹어야 한다.
임수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확찐자’ 소리가 나돌 만큼 체중관리가 힘든 시기”라며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규칙적인 운동, 패스트푸드나 배달 음식보다 건강한 식단을 챙기는 것이 비만을 줄이는 슬기로운 방법”이라고 했다.

임수(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남가은 고려대 안암병원,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 구보경 보라매병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