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대상이 이미 사망... 실익 없어 수사 어려워
서울시 진상조사, 고소 상황 유출 수사는 가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그의 사망과 함께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될 예정이지만,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현재로선 의혹 단계라 해도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A씨가 주장하는 ‘피해 사실’은 엄연히 실존하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A씨에게는 최근 명예훼손 등 ‘2차 피해’까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할 필요성은 줄지 않고 있다.
13일 A씨 측의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요구는 어김없이 나왔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현재 경찰에선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안다”며 “경찰은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서울시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사는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전제로 하는 국가 권력의 행사인데, 처벌해야 할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은 “수사의 원칙은 피의자 처벌인데, 지금은 박 시장이 사망했으므로 수사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은의 변호사도 “성추행 사건의 법률적 판단 기준은 피해자와 가해자 진술 및 그 진술에 부합하는 증거인데 가해자 소명이 존재할 수 없게 됐다”며 “현재로선 형사소송을 통해서 ‘성추행은 사실’이라고 확인하기가 힘들다”고 단언했다.
일각에선 핵심 관련자가 숨진 ‘고 장자연 사건’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을 들어 이번 사건 수사도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지만, 두 사건의 경우 의혹을 받는 사람이 생존했었기 때문에 수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과 다르다.
다만 본류는 아니라 해도, 이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된 또 다른 의혹에 대해선 수사가 가능할 수 있다. 서울시 자체 진상조사 과정에서 A씨의 피해 호소를 듣고도 이를 묵살한 시 간부들이 있다면,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의뢰 또는 고발이 이뤄질 경우 관련자의 방조 또는 직무유기 혐의가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 고소 사실이 고소장 접수와 동시에 박 시장 측에 누설된 의혹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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