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립기념일 연휴 지역 간 이동 여행객 많아"
피닉스 방문객 16%, 캘리포니아 대도시 주민들
"이동성 높아지면 7~10일 뒤 확진자 늘어나"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동이 많아지면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상식에 더해 미국에서 최근 폭발적인 확산세 와중에 독립기념일 연휴(3~5일)에 여행객이 급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겨울 휴가철 직후 유럽 내 확산이 가속화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 CNN방송은 12일(현지시간) 데이터분석업체 큐빅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핫스폿(집중 확산지역) 10곳 중 9곳에서 독립기념일 연휴 방문객이 메모리얼데이 연휴(5월 23~25일) 때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역은 텍사스주(州) 휴스턴ㆍ오스틴ㆍ댈러스ㆍ샌안토니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ㆍ올랜도ㆍ탬파,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조지아주 애틀랜타 등이다. 유일한 예외지역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도 메모리얼데이 연휴 때보다 훨씬 많은 주민들이 타지로 여행을 갔다.
이들 핫스폿 가운데 상당수가 대표적인 휴양지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많은 외지인이 몰려든 것과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 간에 상관관계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올랜도의 경우 연간 4,00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이고, 조용한 항구도시인 찰스톤은 역사적인 건물들이 잘 보존돼 있어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휴가지다. 실제 큐빅 조사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 중 이들 지역에서 사용된 휴대폰 5대 중 1대가 외지인의 것이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통제하려는 각 주정부들의 노력이 허사가 됐을 가능성이다. 텍사스주정부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정부는 해변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했다. 플로리다에서도 일시적으로 마이애미의 해변과 공원 문을 닫았다. 기본적인 방역 대책을 강화하면서 빗장도 걸어잠근 건 가급적 이동하지 말라는 메시지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퍼펙트 스톰이 일어날 수 있다"는 보건당국의 경고가 무색해진 셈이다.
CNN은 "미국은 감염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은 더 많이 이동하고 있다"면서 "사람들 간 접촉이 잦아질수록 감염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독립기념일 연휴 일주일이 지나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가 7만명을 넘어설 만큼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 같은 추이가 이번 연휴 기간 중 이동량 급증의 직접적인 후과인지는 불명확하지만 여행객 증가로 인해 방역 지침 준수가 소홀해졌을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
연휴 기간 여행객 증가로 미국 내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는 지난 3월의 유럽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2월 초까지만 해도 24곳이었던 유럽 발병국은 한달 새 40여개국으로 급증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겨울 휴가철을 맞아 이탈리아 유적지나 인근 지역 스키장을 찾았던 각국의 여행객들을 주목했다. 시점상으로 이들이 귀국한 이후 각국에서 일정 기간 '조용한' 전파가 이뤄졌을 것으로 본 것이다.
현재도 가히 폭증세인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더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연휴 여행 중에 감염됐는지 여부가 확인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그동안 자가격리 등 필요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카샌드라 살가도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의대 박사는 "사회적 이동성이 높아지면 7~10일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었고 이후 증가폭이 더 커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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