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온갖 정책이 무색하게 활활 불타고 있는 주택 시장만큼이나 부동산 책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재테크 서적은 직장인들에게 이미 필독서로 자리 잡았고, ‘나는 이렇게 샀다’ 또는 '꼭 사지 않아도 잘 살고 있다'라고 간증하는 형태의 주택 에세이도 각광받고 있다.
14일 온라인 서점 예스 24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동산 관련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76.4%나 치솟았다. 교보문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상반기 부동산 관련 서적 판매 신장률도 전년 대비 9.6%였고, 올해도 10.2%를 기록했다. 종수 역시 꾸준히 늘어 2013년 140권에서 2018년 283권, 2019년엔 274권으로 2배 가까이 커졌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150권에 달해 연말까지 300권은 넘길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시장 개입을 명백히 한 '6ㆍ17 대책' 이후 이런 경향은 더 강해졌다. 예스24가 집계한 7월 둘째주 전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제부터 오를 곳만 오른다’(페이지2)가 5위로 첫 진입한 것을 필두로, ‘대한민국 청약지도’(다산북스) ‘부동산 DNA’(알키) ‘내 집 없는 부자는 없다’(원앤원북스)등이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30위권 안에 들었다. 부동산에 대한 욕망을 대놓고 드러낸 책들로 부동산 스터디 모임에서 교재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귀띔이다.
주요 독자층은 3040세대다. 교보문고가 지난 3년간 부동산 관련 서적 구매층을 성별 연령대로 분석한 결과, 30대 남성이 21.4%로 가장 높았고, 40대 남성(17.5%), 30대 여성(16.8%), 40대 여성(12.7%) 순이었다. 치솟는 집값에 지금이라도 집을 마련하지 못하면 평생 세입자로 살아야 한다는 위기감에 ‘3040 부린이(부동산 공부나 투자를 갓 시작한 초보를 뜻하는 '부동산 어린이' 줄임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책의 변화도 눈에 띈다. 말랑말랑한 감성 에세이 풍의 생활밀착형 주택 이야기를 다룬 책도 쏟아진다. 최근 나온 ‘생애최초주택구입표류기’(북라이프)는 대한민국 평균임금생활자가 39세에 은행 대출 받아 생애 첫 집으로 서울시 은평구의 투 룸 빌라를 마련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를 통해 집은'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한' 곳임을 드러낸다.
2년 전 출간된 ‘내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집입니다’ (빌리버튼) 또한 32년 인생 동안 15번이나 이사했던 세입자가 쓴 에세이다. 2년에 한번씩 짐을 싸고 풀며, 집을 떠나 또 다른 집에 도착하는 '홈 히치하이커'라 스스로를 소개한 저자를 통해 집과 삶의 균형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김지용 북라이프 편집자는 “재테크와 건축, 인테리어 서적을 넘어 주택과 집에 관한 평범한 고민을 담아내는 일상적 이야기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을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3040세대들의 공감과 위로를 얻으며 에세이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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