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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특보도 있는데... '박원순 비극'에 고개드는 서울시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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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특보도 있는데... '박원순 비극'에 고개드는 서울시 책임론

입력
2020.07.12 19:00
수정
2020.07.12 22: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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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전에 인지도 못하고? 시장 주변 관리 실패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건을 둘러싸고 서울시 책임론이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변호사 시절 성희롱 사건에서 기념비적인 판결을 끌어낸 박 시장이 성문제가 불거진 후 극단적 선택을 한데 대한 배신감이 우선적 배경이지만, 서울시가 시장 주변관리나 동향 파악에 실패해 비극을 막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새어 나오고 있다.

12일 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는 박 시장의 전직 여비서 성추행 고소건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정무라인 고위 관계자는 "젠더 특보를 포함해 정무라인 누구도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 의혹 관련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지난 9일 갑자기 자취를 감추기 전날인 8일 젠더 특보 등 최측근 정무라인을 불러 모아 피소 건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하거나 사전에 시 차원에서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없고" 관련 사건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대외적 설명대로라면 박 시장의 성추행 피소건을 서울시가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김헌식 시사평론가는 "지난 4월 비서실 직원이 성폭행 혐의로 입건된 상황에서 불과 두 달 만에 박 시장 관련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는데 서울시가 어수선한 정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조직 내 성비위 관련 내부 점검이 부실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발생한 비서실 직원 관련건을 계기로 좀 더 꼼꼼히 내부 점검에 나섰다면 이번 비극을 막는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배경이다. 

서울시가 올  5월 내놓은 '성희롱 성폭력 재발 방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지난 2년 간 시에서 발생해 처리한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은 13건(2018년 9건, 2019년 4건ㆍ사업소 포함)에 이른다. 서울시가 성희롱, 성폭력 없는 성평등도시 추진계획(2018년 3월)을 세우고, 시장의 여성정책을 보좌할 '젠더 특별보좌관'까지 신설(2019년 1월)했던 때다. 

밖으로 여성 인권 신장에 목소리를 내왔던 서울시가 정작 내부적으론 성비위에 취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 시장이 지난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임명한 젠더 특보 등이 정작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20년간 서울시에서 일한 직원은 "박 시장 주위에서 정책에 날개를 달아주고 때론 시장에 쓴소리를 해 방향을 잡아줘야 할 '6층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내부 비판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6층에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불리는 정무 보좌진의 사무실이 몰려 있다. 기자는 박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사전대응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젠더 특보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박 시장 관련 성추행 의혹에 대해 "조사 계획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서울시가 박 시장 사망 관련 브리핑에서 10일 밝히면서 서울시는 여성단체로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여성계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서울시는 과거를 기억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한국여성민우회는 "서울시는 진실을 밝혀 또 다른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시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성추행 고소 관련 경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와 별도로 서울시가 표방한 여성정책 강화를 위해서라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10년 넘게  일한 시 직원은 "사내게시판 등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건을 그냥 넘어가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내부 조직 정비를 위해서도, 시가 시민사회 성평등 문화 정착을 이끌어야 할  조직이란  점에서도 남은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서울시가 두 달 전 내놓은 성희롱 성폭력 재발 방지 종합대책에는 관리자의 책임 강화는 강조됐는데, 관리자가 가해자일 경우에 대한 대응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한 여성직원은 "만약 성추행 가해자가 상급자일경우 누구와 어떻게 상의할 지 막막할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양승준 기자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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