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별세한 백선엽 예비역 대장에 관한 정치권의 반응은 고인의 생전 행적만큼이나 복잡했다. 통합당은 "그 공이 김영삼, 김대중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다"며 고인을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정의당은 "백씨는 일제 시절 간도특설대에서 독립운동가를 탄압한 장본인"이라며 현충원 안장 자체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의 친일 논란을 의식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백 대장은 10일 오후 11시 향년 100세로 별세했다. 백 대장은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다부동 전투에서 남하하던 북한군을 격퇴하는 등 공적을 쌓아 한국전쟁 영웅으로 불렸다. 하지만 일제 시대 간도특설대에 복무해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 살린 공이 YS, DJ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있나"
통합당은 고인의 '공'에 초점을 맞춘 추모 메시지를 내놨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식민지에서 태어난 청년이 만주군에 가서 일했던 짧은 기간을 '친일'로 몰아 백 장군을 역사에서 지우려는 좌파의 준동이 대세가 돼 버렸다"고 했다. 백 장군의 간도특설대 복무를 불가피했던 것으로, 그의 행적을 친일 행위로 비판하는 걸 특정 정치 세력의 음모라고 간주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고인 생전부터 일었던 장지 논란도 다시 언급했다. 그는 "그와 함께 싸웠던 국군 용사들은 대부분 동작동에 잠들어있다"며 "국군의 아버지이자 6ㆍ25전쟁의 영웅인 백 장군을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냐?"고 했다. 논란과 관련해 국가보훈처는 이날 "백장군 유족께서 대전현충원 안장을 신청하셨고, 통상적인 안장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앞서가신 독립운동가들 어떤 낯으로 볼 수 있단 말인가"
이와 반대로 정의당은 고인의 친일 논란을 집중 비판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백씨는 자신의 자서전과 회고록 등에서 간도특설대 복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선임대변인은 "독립운동가 자손은 3대가 망하고, 친일파 자손은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친일행위자 청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역사의 정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대변인은 '일제의 주구'라는 표현을 써가며 고인의 대전현충원 안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선임대변인은 "한국전쟁 당시 일부 공이 있다는 이유로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한 인사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면 과연 앞서가신 독립운동가들을 어떤 낯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백 대장을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공식 논평 안 낸 민주당 "친일 논란 고려"
이날 고인의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 이해찬 민주당 대표 명의의 조화가 놓였으나 민주당은 이날 별도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가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며 논평을 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원희룡 제주지사,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등 각계 인사가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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