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물관 지위 취소… 85년 만 세속주의 종언?
에르도안 집권 후 이슬람주의 강화, 유네스코 '반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터키 ‘성소피아 박물관’이 결국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바뀔 전망이다.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장기집권하면서 90년 가까이 터키의 근간을 이뤘던 ‘세속주의’가 약화하는 징표로 해석된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10일(현지시간) 성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성소피아는 오스만제국 시절의 모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건립한 성소피아 대성당은 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나, 1453년 오스만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오스만제국이 멸망한 뒤 들어 선 터키 공화국의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은 1934년 강력한 세속주의를 표방하며 이듬해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다. 이후 성소피아 박물관은 연간 약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터키 최대 명소로 자리매김했고, 1985년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됐다.
기류가 급격히 바뀐 건 2003년 정통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에르도안 정권이 들어서면서다. 이후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에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달 성소피아의 지위 변경에 관한 심의에 착수했고, 이날 박물관 지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유네스코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네스코 대변인은 이날 AFP통신에 “세계유산 등재는 많은 약속과 법적 강제를 수반하는 일”이라면서 “해당 국가는 특정 조치가 해당 문화유산의 특별하고도 보편적인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측은 세계유산 지위를 변경하려면 사전 검토 요청과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유산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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