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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철학 굳건히 이어 간다지만...박원순 없는 서울시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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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철학 굳건히 이어 간다지만...박원순 없는 서울시 어디로

입력
2020.07.10 17:25
수정
2020.07.12 11: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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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10일 시 간부들 및 투자출연기관장들과 '긴급현안회의'를 개최, 시장 궐위에 따른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10일 시 간부들 및 투자출연기관장들과 '긴급현안회의'를 개최, 시장 궐위에 따른 당부사항을 전달하고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서울시는 보궐선거가 열리는 내년 4월 7일까지 시장권한대행 체제로 움직인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직무를 대행하게 된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박 시장의 시정 철학을 굳건하게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막강한 선출직 시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재직 9년간 역점을 둔  현안들이 동력을 읽고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번째 권한 대행 체제

박 시장의 죽음으로 무거운 짐을 떠안은  서 권한대행은 제35회(1991년) 행정고시 출신이다. 서울시에서 행정과장, 시장비서실장, 시민소통기획관, 문화본부장 등 주요 직위를 두루 거친 행정 전문가다.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시정을 무난하게 이끌 수는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10일 “서울시정은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시장의 철학에 따라 계속돼야 한다”며 “부시장단과 실ㆍ국ㆍ본부장 등을 중심으로 서울시 공무원들이 하나가 돼 시정업무를 차질없이 챙기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정이 직무 대행 손에 맡겨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7년 9월 조순 시장이 대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하면서 강덕기 부시장이 9개월가량, 2011년 8월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사퇴하면서 권영규 부시장이 2개월 동안 권한 대행직을 수행한 바 있다.

그러나 3선의 중량감을 무기로 뚝심있게 정책을 추진해 온 박 시장의 자리를 서 권한대행이 대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시체제인 권한대행으로서의 한계가 있고, 공무원인 그가 민선 시장과 같은 정치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당이나 중앙정부와 관계 등에서 힘있게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외풍에 휘둘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박 시장이 대권 도전을 위해 영입했던 정무라인이나 각종 특위 운영 축소 등도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직업 공무원과 박 시장이 임용한 별정직 공무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박원순표’ 정책 표류 가능성

안전과 교육, 복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낸 ‘박원순표’ 정책들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그린벨트 해제 등 부동산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물론 현 정부 들어서도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내세워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던 박 시장은 이번 사태  직전까지 ‘그린벨트 해제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정부여당과 각을 세웠다. 박 시장이 사라짐에 따라 결국 중앙정부의 입김대로 서울시가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광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에 쓰일 국화꽃이 놓여있다.뉴시스?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광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에 쓰일 국화꽃이 놓여있다.뉴시스?

박 시장은 국민 고용보험 전면적인 도입을 위한 물밑 작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지난 5월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전면적인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단계적 도입’을 제시했다. 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도 박 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달리 이렇다 할 '눈에 띄는 토목공사'가 없어 지지율이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외에도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을 통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겨냥한 ‘그린 뉴딜’도 박 시장이 막판까지 밀어붙이던 사업이다. 또 박 시장이 평생을 쏟은 사회적기업 운동, 청년ㆍ취약계층 지원 사업 등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 개인의 철학과 염원이 더해져 추진되던 정책들”이라며 “그가 없는 상황에서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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