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공개 불가... 트럼프 방어 성공한 셈
보수 대법관들 反트럼프 결정에 "독립 입증"
“트럼프가 대법원에서 패배를 정치적 승리로 돌려 놓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9일(현지시간) 뉴욕주(州) 검찰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납세자료 제출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결하자 외신은 일제 ‘트럼프의 정치적 승리’로 평가했다. 판결만 보면 법원이 트럼프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 같지만, 11월 대선 전까지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그가 이겼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법원이 트럼프의 ‘면책 특권’을 불허했으나 납세자료는 비공개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에 납세자료가 넘어가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대배심에 자료가 제출되면 기밀에 부쳐지는 탓이다. 당연히 트럼프 측이 재판 지연 작전을 펼 것이 뻔해 납세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다.
뉴욕주 맨해튼지검은 트럼프 캠프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의 입을 막으려 거액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트럼프그룹이 관여해 연방선거 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트럼프의 개인 회계법인 ‘마자스 USA’에 8년치 납세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하자 트럼프 측은 “현직 대통령은 형사 절차에 놓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변호인은 하원과의 법정 다툼에서도 어느 정도 방어에 성공했다. 대법원은 하원 3개 위원회가 마자스 USA의 재무기록 제출을 요구한 것과 관련,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하원과의 법정 분쟁도 길어지면서 대선 전 재무기록이 세상에 나올 확률은 더욱 낮아졌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ㆍ법적 손해도 있고 이익도 있는 결정”이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트럼프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을 맹비난했으나, 이내 백악관이 ‘대통령의 승리’라는 성명을 낸 것은 이런 이중적 상황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트럼프는 대선 정국에서 이번 재판을 민주당의 정치 공세로 몰아갈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러시아 스캔들, 탄핵 사태 등과 함께 트럼프가 ‘당파적 공격’의 소재로 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연방대법원의 독립성은 확실히 입증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직장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위는 위법”이라는 판결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성향 대법관인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가 다시 대통령에게 반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극도의 당파주의 시대에 연방대법원이 보내는 사법 독립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라고 긍정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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