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의 장례를 사상 처음으로 5일간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고, 서울광장에 따로 분향소도 설치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의견과 “성추행이 연루된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특별히 예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10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린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시청앞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 11일 오전 11시부터 조문을 받기로 했다. 앞서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서울시의 시장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분향소 설치에 앞서 “조문을 원하는 직원들을 위해서 분향소를 설치한다”며 “시민들도 (조문하러) 오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시정을 이끌어오며 봉사해 온 박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로 마지막 가는 길을 시민들이 배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분향소 설치 발표 직후 시 내부 게시판에는 “시청 앞 분향소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과 댓글이 다수 올라와 분향소 설치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박 시장의 갑작스런 죽음 배경으로 전 비서의 성추행 고소 사건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분향소 설치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또 한 공무원은 “피해자는 뭐가 되냐“며 “노조가 반대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 외에도 “(분향소 설치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거나 “분향소 근무를 거부하겠다”는 시 공무원도 있었다.
외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질이 좋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다. 5일간 서울특별시 장례와 시청 앞 분향소 설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그에게 지원과 보상을 해도 모자를 판에 몇 억이 들지 모르는 5일간 서울특별시장례를 치르고, 시청 앞에 분향소를 만들어 시민 조문을 받는다고 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내 세금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에 쓰이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 장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여기에는 10일 오후 10시 30분 현재 27만여 명이 동의하며 서울특별시 장(葬) 반대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죄를 지은 사람은 응당한 벌을 받아야 하나, 피해자의 억울함이 풀리기도 전에 극단적 선택을 해 면죄부가 주어지는 듯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고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여성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특별시 장과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에 반대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상담소는 “박 시장이 그 동안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지만, 성추행으로 고소되자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다”며 “서울시의 5일간의 대대적인 서울특별시 장,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장, 시민조문소 설치를 만류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취지의 '박원순 시장을 고발한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5일장을 반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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