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ㆍ경제 기회 확대 행정명령 서명
대선(11월)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지율 추락으로 위기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소 무시했던 ‘소수인종’ 유권자들에게 잇따라 구애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기존의 적대적 이민정책과 충돌을 야기해 진정성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한 마디로 대선을 앞둔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히스패닉 사업가와 선출 전ㆍ현직 관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틴계 미국인의 경제ㆍ교육 기회 확대를 추진할 자문위원회 구성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서명식에서 “여러분은 보물이다. 라틴계 미국인 및 미국인 사회는 보물이다”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새 자문위는 앞으로 라틴계 사회 내 민관 협력을 증진하고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는 일에 매진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율형 공립학교인 ‘차터스쿨’ 학생 3명 중 한 명은 히스패닉계”라면서 “(교원 노조의 반대에도)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당신들에게서 차터스쿨을 빼앗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AP통신은 이날 행사를 두고 “트럼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몰아세우고, 멕시코 국경지대를 찾아 200마일(321㎞) 길이의 장벽 건설을 기념하는 등 라틴계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불법체류 청소년의 추방을 일정 기간 유예 시키는 제도(DACA)까지 폐지하려 해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제동을 걸기도 했다. 보수 백인층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은 그의 강경 이민정책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반(反)인종차별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위축시켰다. 부실한 감염병 대처와 시위 강경 진압 등 그의 잇단 대응 실패가 부각되면서 지지율은 하락을 거듭했다. 때문에 기존 지지층을 지키면서 라틴계 지지율도 끌어 올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 미 언론의 해석이다. 그는 전날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초청해 “소중한 파트너”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트럼프 재선 캠프도 라틴계 표심 공략을 위한 후속 정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등 돌린 유권자들의 마음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AP는 “2016년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 10명 중 3명이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했다”며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라틴계 미국인의 26%만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혀 별다른 추세 반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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