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임대 제도 폐지 불구, 기존 사업자 혜택은 유지키로
'소급입법은 위헌 소지' 신중론에 강경론 꺾여
지난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 변경 때도 소급 논란
정부가 4년짜리 단기 임대와 아파트에 대한 8년짜리 장기 매입임대 제도를 폐지한다. 현재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도 임대 의무기간(등록 이후 4년, 8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임대주택에서 빠진다.
다만 기존 임대사업자에게 부여되는 세제혜택은 보유한 임대주택이 등록 말소될 때까지 유지된다. 당초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했던 '임대차 3법(종합부동산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기존사업자에 대한 앞으로의 세제 혜택도 줄이겠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과 관련한 소급입법 논란에 이어 또 다시 "소급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부와 여당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임대사업자 혜택은 유지
10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에는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편" 방침이 담겼다. 정부는 단기 임대, 장기 아파트 매입임대는 폐지하되, 다만 기존 사업자의 임대 의무기간까지는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소급입법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임대사업자 제도 개편을 공식화하기 전부터 이미 소급입법 논란은 거셌다. 강병원 의원이 앞서 발의한 법안에 "앞으로 등록임대주택을 종부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소득세와 법인세, 지방세 감면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측은 △이미 감면받은 세금을 토해낼 필요는 없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장래의 세금 감면 혜택만 줄어들기 때문에 위헌 소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완성된 사실에 대해 바뀐 법을 들이대는 '진정소급'이 아니라,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일과 관련한 규제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없는 '부진정 소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은 정부를 믿고 4~8년 간임대사업자 규제를 따를 것을 약속한 만큼, 기존 혜택마저 줄이는 것은 '신뢰 보호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더구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 이번 정권 초기인 2017년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반발이 더 거셀 수 밖에 없었다.
이미 강병원 의원의 임대차 3법 발의 직후인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시키는 대로 8년 이상 임대를 약정하고 재계약시 (임대료 인상을) 5% 이하로 제한한다는 규칙을 성실하게 따른 죄 밖에 없다"며 "혜택을 줄이려면 대책일 이후부터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소급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는 위헌이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결국 최종안에는 기존 임대사업자의 등록주택은 세제혜택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추가로 담겼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희가 당초에 약속했었던 4년과 8년의 기간을 보장해 줄 것"이라며 "의무 사항을 준수한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고 그만둔다고 할 때도 혜택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엔 분양가상한제 소급 논란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이 소급입법 논란에 부딪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시점 변경 당시에도 소급입법 논란에 시행 시점을 미루기도 했다.
정부는 당시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단지’이던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단지’로 바꾼다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재건축 사업은 통상 ‘기본계획 수립→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착공→분양(입주자 모집공고)→입주' 등의 절차를 거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뒤 이주, 철거를 진행중인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니었지만, 시행령 개정 후 부터는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기 전이면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는 분양 세대와 분양가, 조합원 분담금 등 사실상 모든 사업계획이 확정된 상태인 만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소급적용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 입법예고 기간동안 4,949명이 의견을 냈는데, 소급적용에 반발하는 내용이 많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통상 실제 분양때까지 분양가를 변경해 왔던 만큼 소급적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논란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두 차례에 걸쳐 적용 시점을 9개월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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