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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해체 압박… 선수 입 막는 지역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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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해체 압박… 선수 입 막는 지역체육회

입력
2020.07.09 17:00
수정
2020.07.09 18:20
8면
0 0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왼쪽)이 8일 오전 경주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관련 보고에 참석했다. 뉴스1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왼쪽)이 8일 오전 경주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관련 보고에 참석했다. 뉴스1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지옥 같았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팀은 경주시 예산으로 운영되며 경주시체육회에서 관리 감독한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최 선수를 지켜줘야 했던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는 안일한 대처로 소중한 선수를 극한의 상황에 방치했다.

최 선수 아버지가 지난 2월 초 경주시청에 훈련 중 가혹행위를 신고했어도 경주시나 경주시체육회는 팀이 해외 전지훈련 중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나섰다. 김규봉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내용을 확인했을 뿐이다. 피해자인 최 선수가 아닌 가해자에게 들을 수 있는 건 “그런 일 없다”는 뻔한 말이었다. 그러고 나서 취해진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경주시체육회만의 일이 아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체육회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자체는 실업 팀 운영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지역체육회에 관리, 감독을 위임한다. 지자체의 관심은 오직 전국체전 성적이다. 예산은 대부분 전국체전 성적이 기준이 된다.

여기서 고질적인 체육계 병폐가 불거진다. 체육계 A관계자는 “전국체전 성적을 내야 감독 자리를 지키고 연봉도 오른다”며 “감독은 비정규직이라서 성적을 못 내면 잘린다. 그래서 편법을 쓰고, 선수에게 욕하고 때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성적에 목을 걸다 보니 감독은 메달을 보장해주는 에이스 선수에게 끌려 간다. 그래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의 주인은 주장 장윤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A씨는 이어 “이번엔 트라이애슬론에서 터졌지만 다른 종목도 비슷한 사례는 다 있다”며 “그런데 그냥 위에서 찍어 눌러 입막음을 하고, 선수도 계속 운동을 해야 하니까 말 못하고 참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체육회는 또한 선수에게 불합리한 일이 있어도 사건을 키우지 않기 위해 팀 해체 카드로 압박하고 회유한다. 피해자는 결국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직장을 잃을 위기감에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B관계자는 “요즘 지자체 단체장들은 예산 문제로 직장 운동부 운영에 호의적이지 않다”며 “그런데 시끄러운 일이 단체장한테까지 보고되면 당연히 팀을 해체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3일 “팀 해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관계자는 “선수 입장에서는 몸 담았던 팀에서 문제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 지도자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내색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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