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령 카슈미르 '정착촌 식민화'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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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령 카슈미르 '정착촌 식민화'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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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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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 외곽의 무슬림 거주지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주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 주고 있다. 스리나가르=AP 연합뉴스


5월 18일 인도 최북단 잠무 카슈미르주(州) 정부는 관보에 '잠무 카슈미르 영주권법' 관련 개정안을 공시했다. 개정안의 요지는 이렇다. 기존에 카슈미르 영주권자인 '선주민들'에게 거의 독점적으로 부여했던 공무직과 부동산 매입을 통한 재산소유권을 타지인에게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주권 자격 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카슈미르는 무력 분쟁이 계속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풍경으로 '아시아의 알프스'로 비유될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한다. 이처럼 천혜의 환경을 갖춘 땅에 법 개정으로 '토지 수탈'과 '난개발', '투기' 바람이 닥칠지도 모를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카슈미르 밖 인도인들을 유혹하는 부동산 정책은 카슈미르 인구 구성에 막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분석가들이 이번 조치를 전형적인 '정착촌 식민화' 정책으로 보는 이유이다.

사실상 정착촌 식민지 시대를 개시한 이번 개정안은 카슈미르 주정부가 공시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인도 중앙정부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5일 힌두 극우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잠무 카슈미르주의 자치권을 명시한 헌법 370조와 35A조항을 대통령령으로 하루 아침에 폐기했다. 인도 의회가 관련 법령을 승인하면서 카슈미르는 헌법이 보장하는 제한적 자치마저 상실하게 됐다.

자치권을 잃어버리기 전 카슈미르의 영주권 자격을 판단하는 주체는 현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된 '주 의회'였지만, 이것마저 일찌감치 무력화됐다. 2018년 6월 잠무 카슈미르주 집권 여당 인민민주당(PDP)의 연립정부 파트너였던 BJP가 갑자기 연정을 탈퇴하면서 주정부는 공중분해됐다. 이후 인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주지사 통치가 1년간 이어졌고, 의회 선거는 거듭 연기됐다. 주 의회가 사라진 카슈미르에선 이제 중앙정부의 일방적 공표가 '법'이나 다름 없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카슈미르에서 공무원직과 재산소유권 행사가 가능한 범위는 얼마나 확장될까. 일단 잠무 카슈미르 지역에 15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면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지역에서 7년 넘게 학업을 수행한 이가 10학년이나 12학년 시험을 통과해도 가능하다. 인도 중앙정부의 공무원, 군인 등 타 지역 출신 공직자라도 카슈미르에서 10년 이상 근무했으면 재산 취득 등의 자격이 주어진다. 인도 현지 매체들은 이미 북부 비하르주의 행정처장(IASㆍ인도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지방행정공무원)이 카슈미르 영주권 자격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공직자ㆍ군인 2세들은 카슈미르 거주 기간에 관계 없이 재산소유권이 주어지고, 공무원도 될 수 있다.


2016년 인도군과 교전 중 사망한 카슈미르 분리주의 무장단체 히즈볼의 부르한 와니 사령관 4주기를 맞은 8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시민들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본떠 만든 허수아비를 불태우고 있다. 카라치=EPA 연합뉴스 


반면, 원래 부모가 카슈미르에 살다 고향을 떠난 ‘디아스포라(Diasporaㆍ이산)’ 2세들은 영주권 취득 자격을 원천봉쇄 당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해외에 장기 체류한 팔레스타인들의 거주권을 박탈한 조치와 빼 닮았다. 하지만 가장 불합리한 부분은 카슈미르 현 주민들에게조차 개정안의 새로운 조건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카슈미르에 사는 ‘카슈미리’도 공무직에 응시하거나 부동산 매입 시 타지인처럼 영주권 심사를 거쳐야 한다. 지금도 카슈미르 주민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이 극심한데, 새 법이 시행되면 엉뚱한 이유로 불이익을 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 밖에 1947년 인도 대륙이 인도ㆍ파키스탄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서파키스탄(현 파키스탄)'으로 이주했다가 귀환을 원하는 이들도 이번 개정안에 따라 카슈미르 영주권과 재산권을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이민 그룹 다수는 힌두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 역시 카슈미르 원주민들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당국은 영주권 신청 절차를 이른바 '패스트 트랙(신속처리 제도)'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인도 어디서나 신청이 가능하고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다. 신청 후 15일 이내 증명서가 발급되며, 이 기간 발급이 되지 않을 경우 담당 공무원은 5만루피(약 8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인도 당국이 카슈미르의 정착촌 식민화를 얼마나 서두르고 있는지, 조급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5일 직전 일주일간 잠무 지역에서 5,900명, 카슈미르 지역에서 700명 등 총 6,600명이 개정안이 적용된 영주권을 발급 받았다고 보도했다. 영주권 발급 대상의 절대 다수는 은퇴한 ‘구르카’ 군인들로 전해졌다. 구르카군은 익히 알려진대로 네팔 출신 '용병'에 기원을 둔다. 영국이 인도대륙을 식민 통치하던 시절 용병으로 존재했다. 구르카 용병이 카슈미르에 유입되기 시작한 건 19세기 중반, 당시 통치자인 도그라 군주의 부대로 복무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후 인도가 독립할 때 영국은 구르카 10개 연대 중 7개를 인도에 넘기고 떠났다. 이들 부대는 지금까지도 '구르카 라슈트리아'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네팔계 인도인은 물론, 인도 북동부 출신 병사들 그리고 여전한 네팔 용병들까지 약 3만2,000명이 복무 중이다. 그 중 일부가 카슈미르에 주둔한 60만 인도 보안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 카슈미르 남부 라주리 지역에서 발생했던 무장반군과의 교전에서 전사한 인도군은 4년간 용병으로 일한 네팔 출신 구르카 병사로 알려졌다.


1일 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에서 인도군과 반군간 총격전에 휘말려 숨진 한 시민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 스리나가르=AP 연합뉴스 


이런 사실들에 견줘볼 때 인도 정부의 정착촌 식민화 정책 의도는 명확하다. 군인들과 힌두 커뮤니티, 또 국가에 충성도가 높은 공무원 사회 및 2세 등을 정착민으로 적극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거꾸로 카슈미르 지역의 터줏대감인 카슈미르 주들과 무슬림 커뮤니티는 대대로 전해 오던 삶의 질서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잠무 카슈미르 지역에는 퇴역 구르카군 10만명이 거주 중이다. 이들은 그간 지방선거 투표권은 행사했지만, 국가가 제공한 제한적 거주지 이외의 다른 토지나 부동산을 소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모든 게 가능해졌다. 카슈미리 눈에서 보면 '인도 점령군' 복장을 한 구르카군 은퇴 세대가 정착촌 식민화의 첫 수혜 그룹이 된 셈이다.

한편, 잠무 카슈미르 주정부는 지난달 매년 이 맘 때 카슈미르 남부 아난트나그디스트릭트에 위치한 아마르나트 동굴을 찾는 힌두순례단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아마르나트 힌두성지 순례는 수십만 명의 순례단을 불러들이는 대규모 연례 종교행사다.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당초 42일이었던 순례 기간을 15일로 축소하겠다고 했으나, 감염병 확산이 심각한 요즘 카슈미르 주민들에게는 순례단의 방문 소식이 달가울 리 없다. 엄청난 인파가 모이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카슈미르 주지사는 4일 모스크를 포함한 카슈미르 지역의 모든 종교시설과 모임을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힌두순례단은 허용하고 타종교는 배척한 인도 당국의 방침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코로나19 확산 방지 매뉴얼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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