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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고3 "대학 문턱 넘을 수 있을까요?"

입력
2020.07.09 04:30
수정
2020.07.09 08:44
8면
0 0

<하>대입 뒤엉켜버린 고3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특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를 맞이한 취업준비생, 대학신입생, 고3수험생 들은 몸과 마음의 고통이 누구보다도 큽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 있을 수는 없죠. 불청객 코로나19에 맞서 자신의 미래를 힘겹게 그려 나가는 모습을 들여다봤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고3 박영후(가명)군은 친척의 권유로 고2 때부터 중국 칭화대, 베이징대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고 급작스럽게 국내 대학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박군은 "지난 1년 동안 내신이나 수능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중국어를 위주로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앞이 캄캄하다"며 "1년 동안 다른 친구들을 따라잡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학이 인생 진로에서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고3들은 1년간 피를 말리는 싸움을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이들 세대의 진로에 큰 장애물로 다가왔다. 재수생이나 고2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완전히 끼인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이들을 엄습하는 모습이다. 


HSK 교재와 단어장. 박영후군 제공

HSK 교재와 단어장. 박영후군 제공




"코로나19로 입시 계획 모두 틀어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5월 20일 오후 대구 경북여고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5월 20일 오후 대구 경북여고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경기 남양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고3 문혜지(가명)양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수시 대입을 준비 중이었다. 학종은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동아리, 봉사활동 등 비교과 활동과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문양은 "원래 계획은 학교 내신인 지필평가 기간에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 외 여유 시간에 자기소개서나 동아리 활동 등을 준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학이 두 달이나 미뤄지면서 학종 원서접수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문양은 현재 지필평가 공부와 함께 자기소개서 등 비교과 활동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7월에는 지필고사가 끝나고, 자기소개서 작성과 동아리 활동 등에 전념하고 있을 시기다. 개학이 두 달 미뤄진 반면, 학종 원서접수 기간은 2주 정도만 연기돼 9월 말쯤 진행된다고 한다.

대학들이 고3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구제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그 제도가 대학마다 조금씩 달라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공부만 열심히 해도 모자랄 시간,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재수생에 밀릴 수밖에...?

5월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삼일고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뉴스1

5월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삼일고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뉴스1


8일 공개된 6월 수능 모의평가 결과는 고3들에게 희소식이었다. 우려와 달리 고3과 졸업생 간 성적 차이가 이전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시를 준비하는 고3들은 재수생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재학생들은 온라인 개학 등으로 등교가 미뤄지며 혼란스럽지만, 재수생들은 이미 한 차례 경험이 있는데다 학교 생활이 없는 만큼 심리적으로 흔들림이 덜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부산에서 정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권이현(가명)양은 "온라인 수업 등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며 "수능 일정이 다소 연기됐지만 재수생에게 더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양은 "사실 온라인 수업을 한 번도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며 "선생님이 필기한 내용을 화면 캡처만 하면 돼서 그 시간에 강의 소리를 꺼두고 다른 공부를 하거나 문제집을 풀었다"고 고백했다.


코로나19에 걸리기라도 하면....?

커지는 불안감에 학원 수업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학원을 더 많이 찾을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문제는 아무리 방역을 철저히 한다 해도 학원은 코로나19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서울 한 고교에서 정시를 준비 중인 김희지(가명)양은 "뉴스에서는 코로나19로 학원이 문을 대부분 닫았다고 나오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원에 수업을 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친구 중에는 학원 선생님 집에서 공부를 한 학생도 있었다는 김양은 "학원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데 불안하니까, 친구 부모님이 학원 선생님께 부탁하셔서 이틀 정도 선생님 집에서 수업을 했다고 들었다"는 말도 전했다.

만에 하나 코로나19에 걸린다면 수험생으로서는 낭패일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 그런 모험을 강행한다. 김양은 "'걸리면 큰일 나지만, 나는 안 걸릴 거야'라는 근거 없는 마음이 더 컸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탓에 스트레스를 풀기 어려운 것도 이들에겐 무거운 짐이다. 문혜지양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하루 정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혼자서 모든 걸 이겨내야 하는 답답함이 마음을 짓누른다"고 하소연했다. 



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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