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당구를 대표하는 김가영(37ㆍ신한금융투자)과 차유람(33ㆍ웰컴저축은행)은 포켓볼 선수로 활약하다가 나란히 3쿠션 종목으로 전향해 지난해 출범한 LPBA(여자프로당구) 무대에 뛰어들었다. 김가영은 포켓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LPBA에서도 6차 대회 우승을 차지한 '당구 여제'다. 차유람도 포켓볼 시절 '당구 여신'으로 불리며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스타플레이어다. 2015년 결혼과 함께 큐를 놓은 뒤 LPBA를 통해 4년 만에 현역으로 복귀하면서 김가영과 다시 라이벌 관계로 주목받았다. 차유람의 최고 성적은 8강이다. 객관적인 기량은 김가영이 우위에 있지만 미모를 겸비해 탄탄한 팬덤을 확보한 둘의 대결은 흥행 보증수표다.
기다리던 맞대결이 마침내 성사됐다. 김가영과 차유람은 8일 서울 그랜드워커힐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프로당구(PBA) 투어 개막전 'PBA-LPBA SK렌터카 챔피언십'의 사흘째 16강전에서 만났다. 3쿠션으로 전향한 뒤 처음으로 성사된 맞대결이었다. 비록 무관중 경기였고, 얼굴은 마스크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래서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뜨거운 관심만큼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고, 웃은 쪽은 김가영이었다. 출발은 차유람이 좋았다. 1세트에서 김가영의 부진 속에 11이닝에 연속 4득점해 11-4로 승리했다. 차유람은 기세를 몰아 2세트에서도 첫 이닝부터 4득점하는 등 초반 5-1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김가영은 5-9로 뒤져 패색이 짙은 9이닝에서 하이런 6득점으로 단숨에 승부를 뒤집으며 세트스코어 1-1로 균형을 맞췄다. 이번엔 김가영이 흐름을 이어 3세트에서도 1이닝부터 6득점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차유람이 5-6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김가영이 12이닝에 매치포인트를 따내며 역전승을 완성했다.
김가영은 경기 후 "초반에는 잘 안 풀리다가 3세트에서 1이닝에 6점을 냈을 때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 뒤에 잘 안 풀려서 당황도 했지만 이기게 되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차)유람이는 멘탈과 집중력이 좋다. 오늘 경기에서도 많이 보여줬고 그래서 어렵기도 했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덕담을 전했다. 차유람은 비록 패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한층 정교해진 샷을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비록 졌지만 1, 2세트 에버리지가 1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쁘게 쳐서 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김가영 선수의 구력이 정말 좋다는 것을 또 다시 느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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