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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방한, 꽉막힌 남북 관계 돌파구 여는 계기로

입력
2020.07.0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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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무 책임자인 비건의 7개월 만의 방한은 1년 반 동안 북미 관계가 답보인 데다 최근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 관계까지 악화한 상태여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비건은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예방을 시작으로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을 거쳐 청와대 예방까지 하고 당일 기자설명회까지 예정돼 눈길이 쏠린다.

이번 비건의 방한으로 하노이 회담 때 좌절된 '영변 핵폐기+α'와 '대북제재 일부 해제' 맞교환을 축으로 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없지 않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성사 확률은 높지 않다. 비건 방한에 즈음한 북한의 반응이 우선 부정적이다. 최근 최선희 외무성 제1부부장의 담화를 그대로 이어 받아 이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 중재 의지를 밝힌 문재인 정부를 항해서도 "잠꼬대 같은 소리"만 해서는 "북남 관계만 더더욱 망칠 뿐"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런 반응까지 고려한 미국 측 움직임을 봐도 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 국무부는 비건 방한을 알리는 짤막한 보도자료에서 한동안 북한을 의식해 피해 왔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문구를 다시 끄집어 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강제노동수용소 운영을 이유로 한 영국 정부의 대북 제재에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북미 간 서로 대화를 위한 사전 교감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북미 대화에 진척이 없다고 우리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어서 될 일도 아니다. 인도적 차원의 남북 협력과 이미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실행하려는 노력은 당장의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절실한 문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남북, 북미 대화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북 제재와 관련해 "창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당분간 불가능하다면 한미가 공감해 최소한의 남북 협력이라도 가능한 구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이번 비건의 방한이 남북협력 사업을 가로 막았던 기존 한미 워킹그룹의 구도를 공고히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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