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말 그대로 이행하라" 며 제3안 가능성 없애
윤 총장도 검사장 회의의 특임검사안 등 무시 어려워
검찰 안팎 "두 사람 간 조율만으로 절충 힘들 듯" 전망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내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벌이는 사상 초유의 파워게임은 결국 파국을 향해 갈 공산이 커지게 됐다. 추가 지시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이 특임검사 등 제3의 해법을 내놓을 경우, 추 장관이 이마저도 지시 불이행으로 규정해 법무부 직접 감찰 등 윤 총장의 거취를 직접 압박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7일 추 장관이 법무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입장 표명은 사실상 윤 총장에게 '내 지시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며 던진 최후통첩으로 해석된다. 추 장관은 이날 연차를 내며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불참하면서까지 윤 총장과의 결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추 장관은 검언유착 의혹은 검찰총장 측근이 연루된 사건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윤 총장을 몰아세웠다. 추 장관은 "총장의 지휘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법무부 장관이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장관이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고 민주주의 원리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검찰청공무원 행동강령 제5조를 언급하며 윤 총장이 계속 지휘를 하는 것은 훈령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훈령은 '직연 등 지속적인 친분관계가 있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속 기관장은 직무 참여 일시 정지, 직무 대리자 지정 등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반면 3일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로부터 "장관의 지휘 내용 중 총장을 배제하는 내용은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보고를 받은 윤 총장은 총장이 수사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 특임검사로 하여금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하는 '제3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하라는) 내 지시를 문언대로 이행하라"는 추 장관의 입장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는 셈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검언유착 의혹의 현재 수사에 대한 평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서울중앙지검이 공정하게 수사를 해왔고, 한동훈 검사장 개인의 휴대폰을 압수할 정도로 수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수사팀 교체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정성 논란은 총장이 자초한 것인데 왜 책임 없는 수사팀을 해체하느냐는 게 장관의 뜻"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윤 총장 주변에선 수사팀의 수사 자체가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언유착 의혹 외에, 지모씨와 한 언론사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로비장부가 있는 것처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에게 접근, 함정취재를 했다는 의혹도 균형감 있게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쪽 입장차가 크고 추 장관이 연일 강력한 의지를 보여줌에 따라, 청와대 정도 선에서의 직접 조정이 없는 한 두 사람의 조율만으로는 절충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과거의 경우 대검과 법무부 참모진들이 물밑조율을 통해 외부로 드러나는 파열음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 핫라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을 지시하거나, 윤 총장이 지휘권 발동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끊임없이 거론된다. 대검의 한 간부는 "물밑조율이 이뤄졌다면, 이런 입장표명이 나왔겠느냐"며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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