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감독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회의장에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폭행한 적 없습니다.”
고(故) 최숙현 선수를 안타까운 선택으로 몰고갔다고 지목받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윤정, 선수A씨는 한사코 폭언과 폭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감독과 장윤정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긴급현안 질의에서 폭행ㆍ폭언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들은 같은 날 있었던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안영주)에서도 일관되게 행동했다. 특히 김 감독과 장윤정은 각각 2시간, 1시간 30분 이상 긴 소명 시간을 가지면서 폭행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했다.
이날 김 감독은 최 선수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고, 지도했던 애제자”라고 표현하면서 “감독으로서 관리 감독, 폭행을 몰랐던 부분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처벌 1순위’로 지목한 장윤정 역시 최 선수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냐는 질문에 “같이 지내온 시간이 있어 마음은 아프지만,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했다.
이들의 '부인’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사실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문제 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위증죄는 법원이나 국회 등에서 법률에 의해 선서를 한 증인이 고의로 허위 진술을 할 때 성립되는데, 이들의 위증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에서의 안건심의, 국정감사, 국정조사의 경우에만 위증이 처벌 대상이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이들을 향해 “이 자리에는 위증죄가 없지만, 청문회가 열리면 위증죄다”라며 다그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혐의를 부인해 징계를 미룬 전력도 있다. 지난 2일 김 감독을 비롯해 가해자로 지목된 세 사람은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당시 경주시체육회는 김 감독과 장윤정, 선수 A의 소명을 듣고 김 감독에게만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팀 닥터(운동처방사) B씨의 횡포를 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후속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아무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이에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주장이 상반돼 수사 결과를 보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거듭된 부인에 피해자들의 가슴엔 멍이 든다. 김 감독에게 폭언ㆍ폭행을 당했던 C씨는 7일 한국일보에 "녹취록에 팀 닥터 B씨를 제외하곤 폭행의 정황이 발견되지 않으니, 안 때렸다고 하면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6일 문체위 회의장 방청석을 찾았던 피해 선수들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모습에 답답한 듯 눈물을 흘렸다. 선수들은 회의장을 빠져 나가는 순간까지도 일부러 손으로 시선을 차단하며 실망스런 감독과 선배들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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