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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청소년 자살 부른 '흰긴수염고래 게임'이 돌아왔다고?

입력
2020.07.07 08:01
수정
2020.07.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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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확산되고 있는 흰긴수염고래 게임 관련 이미지들. 트위터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확산되고 있는 흰긴수염고래 게임 관련 이미지들. 트위터 캡처

밤새 공포영화 보기, 24시간 동안 외부와 소통 단절하기, 팔에 글자 새기기…

조금 섬뜩한 문장들인데요. 2013년부터 러시아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다는 '흰긴수염고래 게임'(Blue Whale Challenge)에서 주어진 과제들입니다. 그 끝은 자살이라고 하는데요. 결과적으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생기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었죠.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누군가 이 게임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는 경고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7일 국내외를 불문하고 "러시아 흰긴수염고래 게임이 자살게임으로 바뀌어 다시 유행하고 있다"(he****), "주의: 만약 이런 프로필을 가진 사람이 접촉해 온다면 반드시 계정과 메시지를 차단해라"(it****), "흰긴수염고래 게임이 돌아왔는데 각국의 자살예방센터 전화번호를 공유한다, 부디 안전하길"(bb****) 등의 게시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흰긴수염고래 게임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러시아 청소년들은 온라인상 게임 집단에 가입해 50일 동안 관리자가 내는 과제를 수행하게 됩니다. 이들은 흰긴수염고래 게임 해시태그와 과제 수행을 인증하는 사진을 함께 올리곤 했는데요. 점점 강도가 높은 과제를 수행하다 자살이라는 과제에 맞닥뜨리게 되는 겁니다. 러시아 언론에서는 이 게임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소년을 130명으로 추정하기도 했죠.

실제로 2016년 11월 이 게임을 만든 용의자 'f57' 필립 부디킨(Philipp Budeikin)이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그는 청소년 16명을 자살하도록 만든 유죄를 인정해 이듬해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사람이 있고, 생분해성폐기물이 있는데 나는 우리 사회를 정화하고 있었다"라며 "때로 이게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난 이게 옳은 일이라 느꼈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다만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반은 사실이지만 반은 부풀려져 있는데요.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 게임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2015년 십대 청소년 리나 파렌코바(Rina Palenkova)가 온라인상에 '셀카'를 올리고 자살한 이후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상시 되고, 다른 십대 청소년들의 자살 이야기와 겹치면서 점차 집단화되는데요. 자살한 청소년들에게서는 파렌코바나 흰긴수염고래 사진이 발견됐고요.

부디킨은 2013년 자신이 흰긴수염고래 게임을 만들었고 청소년들의 자살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게임으로 130명이 목숨을 끊었다는 통계는 근거가 없는데요. 당시 자살한 청소년 수치가 130명 이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에서 인정된 16명 등 일부 청소년 자살 외에는 흰긴수염고래 게임과 연관이 있다 보기 어렵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주변인과의 갈등이나 폭력 등에 노출되면서 벌어진 일이죠. 당시 한 언론이 이 수치를 흰긴수염고래 게임과 연관시키며 오해가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흰긴수염고래 게임이 다시 돌아왔다니요. 청소년기의 정서적 혼란을 이용해 사회 불안을 야기하려는 세력이 있는 걸까요? SNS상 증언에 따르면 기괴한 미키마우스 사진을 프로필에 걸어둔 '조나단 갈린도'(Jonathan Galindo)라는 계정이 관련 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유사한 계정이 여러개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다이렉트 메시지(DM)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이것을 빌미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죠.

그래서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한 계정에 기자가 말을 건네봤습니다.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고 이 계정은 종종 번역기를 이용한 듯한 한국어를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상대방은 "당신은 살아있는 사람이냐", "나는 이미 죽어서 여기에 없다" 등의 다소 정신상태가 불안해 보이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흰긴수염고래 게임을 시작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DM만으로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어봤는데요. 이 계정은 "내게 정보를 주지 않는다면 게임을 시작할 수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DM만으로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는 낭설인 듯 하죠. 흰긴수염고래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가 그간 부풀려져왔듯 이번 소문 역시 사람들의 입을 타고 몸집을 키워가는 듯 한데요. SNS를 하다 이 같은 계정에서 혹시 연락을 받게 된다면 무시하고 차단하는 것이 답이겠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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