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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이랴 손님 응대하랴" QR코드 의무화... 현장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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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이랴 손님 응대하랴" QR코드 의무화... 현장은 부글부글

입력
2020.07.07 07: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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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ㆍ노래방 등..."손님 대부분 제도 몰라 현장 혼란"
월세 밀렸는데 QR코드 확인 목적 태블릿PC 구매도

학원, PC방 등 코로나19 고위험 시설에서 전자출입명부 제도가 의무화된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에서 직원이 손님의 QR코드를 확인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학원, PC방 등 코로나19 고위험 시설에서 전자출입명부 제도가 의무화된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에서 직원이 손님의 QR코드를 확인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손님, 그냥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체온 체크 후 QR코드 확인하셔야 돼요."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 PC방. 평소와 달리 출입구에 10여명이 넘는 대기 줄이 늘어섰다. 아르바이트생이 이용객의 QR코드를 일일이 확인하느라 입장이 늦어진 탓이었다.  줄이 줄어들 기미가 없자 한 커플은 "귀찮다"며 발길을 돌렸다. PC방 점장은 "매출은 5분의 1로 줄어 아르바이트생까지 줄였는데, 업무는 2배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고위험 시설에 대한 전자출입명부 의무 사용 제도를 본격 시행한 뒤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편의적 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와 시민 양쪽 모두 불편을 호소하면서 제도 정착에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QR코드가 뭐죠?" 홍보 부족에 현장은 혼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일부터 클럽, 노래방 등 8종의 시설을 신종 코로나 감염 고위험 시설로 지정해 QR코드 도입을 의무화했다. 순차적 도입 방식에 따라 PC방과 학원은 5일, 물류센터와 뷔페 등은 14일부터 출입자 동선 파악을 위해 QR코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QR코드 미사용 적발시 불이익이 큰 탓인지 대부분의 업소가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5, 6일 한국일보가 서울 마포구와 강남구 일대의 PC방과 노래방, 학원 15곳을 둘러본 결과 14개 업소에서 출입자의 QR코드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었다. 마포구 소재 노래방 사장 이모(38)씨는 "방역 당국에 적발시 최고 300만원 벌금에 집합 금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어 지난달 계도기간부터 직원들을 교육해 QR코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QR코드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직원들은 늘어난 업무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개인 QR코드 등록을 위해선 네이버 앱을 따로 설치해야하는 데다, 스마트폰 인증 작업도 따로 거쳐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해 손님과 씨름하기 일쑤다. 마포구 소재 PC방 아르바이트생 이모(25)씨는 "단골손님을 빼고는 고객의 90%가 QR코드를 몰라 입장에 한참이 걸린다"며 "나이가 드신 분들은 QR코드를 확인하겠다고 하면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학원, PC방 등 코로나19 고위험 시설에서 전자출입명부 제도가 의무화된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 입구에 반드시 QR코드를 확인하고 입장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학원, PC방 등 코로나19 고위험 시설에서 전자출입명부 제도가 의무화된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 입구에 반드시 QR코드를 확인하고 입장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승엽 기자

혼잡한 탓에 방역 관리에 허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비상계단 등 출입구가 여러 개인 업소의 경우 열감지기나 QR코드 확인 없이 이용자들이 드나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 PC방은 입구에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기다렸다가 QR코드 확인 부탁드립니다"고 안내문을 붙여놓기까지 했다. 한 PC방 사장은 "화장실 가는 사람, 담배 피러가는 사람, 둘러보고 나가는 사람 등 일일이 확인하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이용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학원의 경우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수강생과 선생님 등 특정 인원만 출입해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본보가 방문한 강남 일대 3곳의 대형학원은 모두 1층 로비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이 일괄적으로 학생의 QR코드를 확인했다.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 로비에 QR코드 및 체온 측정을 위한 장비가 마련돼 있다. 김영훈 기자

5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 로비에 QR코드 및 체온 측정을 위한 장비가 마련돼 있다. 김영훈 기자


월세 밀렸는데... QR코드 확인하려 태블릿PC까지 구매

신종 코로나로 매출까지 폭락한 상황에서 업주들은 방역 당국의 홍보가 부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도기간 중 서울시 등 지자체 관계자가 업장에 방문해 "QR코드를 사용하라"고 지시했을 뿐,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QR코드 확인용 태블릿PC 구입도 만만찮은 비용이다. 노래방 사장 김모(41)씨는 "직원 개인 핸드폰으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라 중고로 20만원을 주고 (태블릿PC를) 샀다"면서 "매출이 5분의 1로 줄어 지난달 월세까지 밀린 형편에 죽을 맛"이라고 한탄했다.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대학생 주은희(21)씨는 "매번 네이버 앱을 켜서 QR코드를 열고 직원에게 보여줘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면서 "수기로 작성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굳이 QR코드를 도입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주와 시민 불편이 쏟아지자 개인 QR코드 대신 업체별 고유 코드를 발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강남구 소재 PC방 사장 김모(43)씨는 "개인이 일일이 QR코드를 받고 확인하는 시간에  스마트폰 카메라로 입구에 설치된 업체 코드를 찍어 인증하는 방식이 더 간단하고 편했을 것"이라며 "지금 방식은 너무나 행정 편의적으로 결정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승엽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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