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 시달리다 극단 선택한 딸
"생전 감독 등 신고ㆍ고소 했지만 외면"
“저는 숙현이와 찍은 가족사진도 하나 없고, 같이 해외여행 한 번 간 적도 없고. 운동한다고 1년에 집에 몇 번 오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까, 집에 오면 체중이 늘어서 그런지 집에 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
전 소속팀에서 지도자와 선배들의 폭행ㆍ폭언 등에 시달렸다고 폭로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22)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딸과) 같이 한 시간이 너무 없는 게 제일 후회되고 안타깝다”고 애끓는 부정을 드러냈다.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여자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를 지낸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씨는 2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딸인 최 선수가 경주시청에 속해 있었던 기간 동안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가혹행위를 겪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폭언, 폭행은 일상이었다"며 "(딸의) 일기장에 충격적인 글들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최씨는 "빵을 몰래 사 먹다가 걸려서 그런 건지, 빵을 20만원치 사서 어린 선수 3명이 새벽까지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다 먹고 나서 잘못했다고 빌었던 적도 있다고 쓰여 있다"며 "식고문을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올해 2월 경주시청의 감독, 팀 닥터, 일부 선수들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고 이어 4월에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경주시청, 경주경찰서에 신고와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씨는 "경주시청에 진정을 넣고 감독에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고 묻자 '3,000만원을 들여서 전지훈련을 보냈는데 지금 귀국시키느냐'고 반문하더라"고 털어놨다. 최씨가 '감독이라도 귀국시켜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시청 측에서는 "감독이 없으면 어떻게 훈련이 되나"라고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최씨는 또 최 선수의 극단적 선택 이후로도 가해자 중 그 누구도 용서를 빌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감독은 선수팀 동료들 증거인멸을 하기 위해 급급했다. 관련 증언도 들었다"면서 "아무도 저에게 연락 온 게 없고. 먼저 감독에게 고소할 테니까 알고 있으라고하니 '봐달라'는 식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몇 번 왔었다"고 했다.
최 선수의 사망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대한체육회는 뒤늦게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관련자들의 징계 절차에 나섰다. 최씨는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앞으로 어린 선수들이나 스포츠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제도를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며 "훈련할 때는 같이 하더라도 생활은 혼자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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