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쇄살인수사 종료
"이춘재, 타인 관심만 받고 싶어하는 사이코패스"
33년 만에 붙잡힌 진범,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34건의 성폭행을 저지른 이춘재의 범행 동기는 무료함과 단조로운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불만에서 시작됐다고 경찰당국이 결론지었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2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릴 적 통제된 삶에서 군 복무시절 주체적인 삶으로 바뀐 이춘재가 군 전역 후 무료함 등의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라며 “처음부터 살인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후 죄책감 등의 감정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연쇄적이면서 범행수법도 잔혹해졌고, 가학적인 형태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접견 조사에서 “군 복무 당시 기갑부대에서 탱크를 몰고 가는데 후임들이 따라오는 모습을 보며 ‘내가 주도적으로 하니까 모두 나를 따라 오는구나’라며 희열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춘재는 1986년 1월 23일 전역 후 한 달도 안 된 같은 해 2월 18일 첫 성폭행 사건을 저지렀으며, 같은 해 9월 15일 첫 살인사건을 저지르며 연쇄 살인을 이어갔다.
그는 철저히 자신의 생활반경 내에서만 범행을 저질렀다. 살인 14건과 성폭행 34건 중 입증 자료를 확보한 9건의 성폭행은 모두 출생지와 학교, 직장 주변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5건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이춘재) 진술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발생 당시와 많은 지형변화가 일어났으며 △피해자 미신고 및 피해자 진술 거부 등으로 추가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기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이춘재는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가 이후 자신의 건강과 교도소 생활에 대한 걱정만 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었다”며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언론과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춘재는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밤이면 거리를 배회하다 여성을 만나면 범행을 저지르는 형태를 보였다”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경찰의 분석 결과를 알려주니 어느정도 수긍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3차례나 이춘재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도 잡지 못한 부분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첫 번째는 1986년 5월 26일 발생한 초등생 강간사건 때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으며, 두 번째는 8차사건 당시 음모를 채취했음에도 현장음모와 다르다는 이유로 풀어줬다. 마지막은 화성초등생 사건 때 용의자의 족적(255mm)과 이춘재의 족적(265mm)이 다르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냈다.
이에 대해 반 수사본부장은 “당시 비가 많이 왔던 때라 족적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미스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배용주 청장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도 머리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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