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자신을 쫓는 범죄 조직을 피해 수로로 뛰어들었다.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곧바로 엄청난 유속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드는 주인공. 숨죽인 관객들은 실감나는 수중 액션 장면으로 한없이 빠져들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이다.
관객이 마치 물 속에 함께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는 명장면은 어떻게 촬영했을까. ‘상상’이 현실처럼 펼쳐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바다 속은 대게 미지의 세계로 그려진다. 이름 모를 해양 동물들이 느리게 유영을 하고 해초가 춤 추듯 일렁이는 신비의 공간, 수중 세계를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 있다. 펼쳐ZOOM이 수중촬영 감독들을 만났다.
“몇년 전 TV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의뢰받아 남태평양의 섬나라 동티모르에 간 적이 있어요. 촬영에 앞서 수중 탐사를 하다 맞주친 광경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물 밖에 비해 수중에서는 사물이 25% 정도 커 보이기 때문에 망원보다 광각 렌즈를 주로 사용하는데, 난생 처음보는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거짓말 조금 보태 '10억 마리' 정도 제 눈 앞에 떠다니는 거예요(웃음).” 수중촬영 전문팀 '수작코리아'의 김정욱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물 속을 헤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감독과 같은 수중촬영 전문 감독은 국내에 10명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스쿠버 다이빙 기술부터 적지 않은 특수 장비까지 갖춰야 하다 보니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 이들은 혼자 또는 팀을 이루어 방송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 드라마, CF에 삽입되는 수중 신의 촬영을 담당한다. “물 속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김 감독은 자신을 "물 속에서 카메라로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일반 촬영과 달리 수중촬영에는 특수한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도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하우징 카메라와 특수 조명은 기본이다. 물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시야가 어둡기 때문에 빛을 멀리까지 투과시키기 위해선 특수 제작된 조명이 필수다. 물 밖으로 연결된 전원 케이블은 평상시 10m 정도 길이지만 필요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차가운 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슈트와 부츠 등 스쿠버 장비도 필수다. 가장 중요한 '생명줄' 공기통은 통상 수심 4m 기준 1시간 정도 쓸 수 있는 용량촬영이 길어질 경우 공기의 양을 수시로 체크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변수가 많은 수중에서 감독들은 촬영 외에도 신경 쓸 일이 많다. 안전하게 촬영이 진행되도록 배우와 제작진을 리드하는 역할도 수중촬영 감독의 몫이다. 이퀄라이징(순간적인 기압 차로 귀가 먹먹해질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숨을 강하게 내뱉는 기술)이 쉽지 않은 어린 출연자를 자연스럽게 물속으로 이끌어야 하고, 물을 무서워하는 배우들에게는 믿음을 줘야 한다. 배우들이 물 속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낼 수 있어야만 드라마틱한 장면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중 촬영을 하다 보면 아찔한 상황도 적잖이 일어난다. 김 감독은 2017년 뉴질랜드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현지 안전 전문가가 바다를 미리 살핀 뒤 안전하다는 판단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상어가 나타났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혼비백산했다. 촬영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전파를 발생시켜 상어를 쫒는 '상어 퇴치기'를 착용하고 바다에 들어간다. 그물을 쳐두고 촬영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상어나 악어가 '스윽'하고 접근할 땐 정말로 간이 철렁하다."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수중 신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우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물속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이 대게 부정적으로 그려지죠. 등장 인물이 익사한다거나, 아니면 물 속에서 사고를 당해 가까스로 구조된다거나. 그런데 사실 바다 속은 무척 아름답거든요. 외국에서는 코미디 영화에서도 수중 풍경이 예쁘게 표현되곤 하는데 말이죠. 수중 신을 좀더 밝게 담아내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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