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ㆍ하원 양당 협력 '홍콩 피란처 법안' 발의
트럼프 '무역합의 깨질라' 우려… 中 코로나 탓만
중국이 서구 각국의 경고에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밀어 붙이자 미국 의회도 초당적인 반격에 나섰다. 미 조야의 강경 분위기 속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중국 탓이란 기존 비난만 되풀이하고 정작 홍콩보안법에 대해선 침묵해 비판을 받고 있다.
미 공화ㆍ민주당 의원 10여명은 30일(현지시간) 정치적 탄압이 우려되는 홍콩 시민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 피란처 법안’을 제출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의원과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의원이 주도했고, 하원에서도 양당이 힘을 모았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부터 홍콩에서 발생한 반중(反中) 시위를 조직하거나 지지한 시민단체 지도자, 시위 기사로 피해를 본 언론인, 시위대를 도운 법조인 등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전했다. 하원에는 이와 별도로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보유하거나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홍콩 주민 등의 이민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제출됐다.
앞서 지난주 미 상원은 홍콩 자치권을 침해한 중국 관리뿐 아니라 이들과 거래한 은행과 기업들까지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대중 제재 절차에도 착수한 상태다. 하원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처리 절차를 밟고 있어 의회 통과가 유력하다.
야당인 민주당도 홍콩보안법 문제만큼은 강경 대응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야만적인 법이 평화롭게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억압할 것”이라며 “우리는 비자 제한과 경제 제재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의 이런 초당적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전이 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로는 중국 때리기를 하고 있지만, 주요 업적으로 여기는 미중 무역합의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아 실제 행동은 주저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에 끼친 엄청난 피해를 포함해 전 세계에 추악한 양상을 퍼뜨리는 것을 보고, 중국에 대해 점점 더 화가 난다”면서 “사람들은 그걸 알 수 있고 나도 느낄 수 있다”고 적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책임을 재차 중국에 떠넘기며 비난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하지만 홍콩 보안법 관련 입장은 밝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전면전을 주저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 때도 적극적 개입을 꺼렸다.
미 행정부의 입 노릇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떠맡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은 자국민의 염원에 대한 공포와 피해 망상에 사로잡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일국일제로 바꿔버림으로써 홍콩 성공의 근간을 제거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홍콩에 제공하던 특별대우를 소수의 예외만 둔 채 철회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이날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와 통신업체 ZTE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 기업이 해당 회사 장비를 구매할 경우 정부 보조금 사용이 금지된다. 미중 갈등에 더해 홍콩보안법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을 향한 미국의 압박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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