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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으로 성인물 올리고 욕설... 여고 '옵챗 테러'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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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익명으로 성인물 올리고 욕설... 여고 '옵챗 테러' 기승

입력
2020.07.01 13:11
수정
2020.07.01 17:4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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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고 옵챗 테러' 게시물 기록. 6월 말을 중심으로 게시물이 늘어났다. 가해자들은 "꿀잼" "이번엔 여고" 등 이 행위를 일종의 '놀이'로 보는 듯한 인식을 보인다. 인터넷 캡처

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여고 옵챗 테러' 게시물 기록. 6월 말을 중심으로 게시물이 늘어났다. 가해자들은 "꿀잼" "이번엔 여고" 등 이 행위를 일종의 '놀이'로 보는 듯한 인식을 보인다. 인터넷 캡처


지난 4월 경남의 A중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만든 오픈채팅방에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익명의 계정 10여개가 채팅방에 들어와서 성인물 사진을 올리며 성적 욕설 등을 쏟아낸 것이다. 학생들이 불쾌감을 드러내며 나가달라고 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일부 학생의 실명을 거론하며 조롱성 글을 수십개씩 올려댔다. A학교 교감은 "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긴 했는데 다들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이후 운영 중인 오픈 채팅방을 모두 없앴다"고 말했다.

다수 여성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배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여전한 가운데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진화를 거듭하는 만큼 당국의 기민한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중·고등학교 5곳이 '오픈채팅방(옵챗) 테러'를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옵챗 테러'는 말 그대로 오픈채팅방에 익명으로 들어가 마구잡이로 노출 사진 링크 등을 뿌리며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행위다.

문제는 가해자들이 범죄 의식 없이 일종의 놀이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SNS에 오픈채팅방 접속 링크를 공유한 뒤 A중학교 경우처럼 일시에 들이닥쳐 불쾌한 이미지와 욕설을 쏟아내고, 상대 반응을 보며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전체 과정을 찍어 다른 커뮤니티에 퍼나르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테러에 가까운 행위가 일선 학교를 타깃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해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긴 글들을 보면, 지난해까진 불특정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옵챗 테러'가 최근엔 여중·고교로 공격 대상을 바꿨다. 서울과 충남 등 피해지역도 광범위하며 가해 빈도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피해 학교 3곳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관계자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걸 알게 된 이들이 겁없이 보다 '자극적인 놀이'를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생들은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충남의 한 피해 학교 관계자는 "생전 처음 황당한 경험을 한 교사와 아이들로선 놀랄 수밖에 없다.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수사를 의뢰받은 경남의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SNS 회사 측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는 등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n번방 사건에 대한 충격이 여전한 상황에서 당국이 디지털성범죄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사성 관계자는 "(옵챗 테러는)여성혐오를 놀이처럼 즐기려는 인터넷문화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라며 "이런 행위를 절대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가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다혜 형사정책연구소 기획팀장은 "현재는 이런 디지털 성범죄를 포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없다"며 "차별금지법 등 혐오표현 가해자와 이를 용인한 인터넷 플랫폼 등을 포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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