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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외면' HSBC, '인종 차별' 페이스북... 돈만 좇는 기업 응징 나선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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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외면' HSBC, '인종 차별' 페이스북... 돈만 좇는 기업 응징 나선 투자자

입력
2020.07.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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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기업, 정치적 입장에 사회적 책임 져야"

돈 냄새를 좇아 다니는 금융 자본도 인류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실제 이 가치에 맞도록 기업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부합하는 흔한 사례는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등 공익 지표를 투자 결정에 이용하는 ‘ESG 투자’다. 사회적 책임에 민감한 기업일수록 결국에는 실적, 주가도 높아진다는 논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입법과 미국의 인종차별 등 첨예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보유 지분을 활용해 일부 기업의 미온적인 태도에 경고를 날리고 압력을 행사하는 투자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홍콩 인권 외면 말라” HSBC에 경고 날린 자산운용사

홍콩을 주 무대로 영업하는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 홍콩 본부 모습.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을 주 무대로 영업하는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 홍콩 본부 모습.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계 은행이지만 홍콩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글로벌은행 HSBC는 최근 유명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헤르메스는 ESG 투자 원칙으로 전 세계 연기금에 투자자문을 제공하는 운용사다. 이 기업의 금융업 관여를 담당하는 롤랜드 보시는 “홍콩의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 법률에 HSBC가 지지 성명을 발표한 것을 우려한다”며, 운용사의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HSBC에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르메스의 이런 입장 발표는 주요 투자그룹 가운데 두 번째 나온 공개적인 HSBC 비판이다. 앞서 6월 9일 국제 보험사 아비바그룹의 자산운용 담당사 아비바인베스터스도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의 홍콩 국가보안법 지지에 대해 “정치적 입장을 내놓은 이상, 그에 따른 사업적 책임도 져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아비바인베스터스는 두 은행의 20대 주주 안에 든다.

앞서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는 홍콩 국가보안법 입법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가 미국과 영국 정치권은 물론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상당한 수익을 홍콩에서 챙기는 두 기업은 지난해 홍콩 시위 장기화로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영업 차원에서 ‘불안정 상황’을 해소하는 법률에 대한 지지가 당연한 결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수익 외의 가치도 중시하는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고 결국 또 다른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

’광고 보이콧’에 주가 8% 빠지자 자세 고친 페이스북


2019년 10월 미국 하원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10월 미국 하원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광고주 기업과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충격을 받고 기업 정책을 수정했다.

최근 미국 내 반(反)인종차별 집회인 ‘블랙라이브즈매터(Black Lives Matter)’가 급격히 커진 이후, 페이스북이 인종차별적 게시물을 방관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윤을 위한 증오를 멈춰라’는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코카콜라, 유니레버, 스타벅스, 포드 등 대형 광고주가 페이스북 보이콧을 선언했다.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으로 6월 26일 하루 동안 페이스북 주가가 8% 빠지면서 시가총액 560억달러(약 67조원)가 사라졌다.

그간 콘텐츠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페이스북도 눈앞에서 돈이 사라지자 운동 주최측과 대화하고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다른 정보기술(IT)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쳐, 경쟁 SNS기업인 트위터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 등이 불량 이용자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로젠블라트증권은 페이스북의 이런 움직임이 “광고주와 시장에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이자 눈에 띄는 태도 변화임에는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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