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묻지마 쓸어담기’에… 충북 등 지방 미분양 급감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외지인 ‘묻지마 쓸어담기’에… 충북 등 지방 미분양 급감

입력
2020.06.30 04:30
0 0

5월 지방 미분양, 전년 대비 41% 감소 
증평군 441가구 한달새 완판에 웃돈까지 
투기에 실수요자 피해… “전매제한 확대를”

17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아파트 단지 모습. 대전=연합뉴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군(郡)인 충북 증평군은 지난달부터 외지인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인근의 천안시는 물론이고 수도권과 심지어 대구에서까지 단체로 전세버스를 빌려 증평읍의 미암리에 몰려가고 있다. 작년 만해도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아 미분양을 기록했던 아파트들을 뒤늦게 계약하기 위해서다.

대전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8일 청주시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발표되자, 투자자들이 인근 증평군까지 진입했다"며 "그간 쌓여있던 미분양 가구가 지난달 말에 '완판(전량 판매)'됐는데, 외지인들이 전체 물량의 80%를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귀띔했다.

만년 골칫거리였던 지방 미분양아파트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한달 사이에 수백가구가 계약된 지역이 있을 정도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 세력이 분양권을 쓸어담은 뒤 가격을 높이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수도권과 광역시와 달리 지방 민간택지에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충북 미분양 1년 만에 89.3% 감소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전월 3만2,846가구 대비 6.0% 감소한 3만878가구였다. 그간 미분양 상태였던 3,286가구가 한달 사이에 모두 해소된 영향이다. 지난해 5월(5만2,523가구)과 비교하면 41.2% 감소한 수치이고, 지난해 8월 이후로 9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충북이다. 지난해 5월 3,412가구에 달했던 미분양 주택이 지난달에는 365가구로 떨어졌다. 불과 1년 사이에 89.3% 감소한 것이다. 특히 증평군은 지난 4월 441가구가 미분양 상태였으나, 한 달 사이에 모두 팔려나갔다. 청주시도 같은 기간 69가구에서 31가구로 55% 줄어들었다.


지난해 미분양 폭탄였는데... 증평군 분양권 프리미엄 1,000만원 붙어

충북 부동산 업계는 투기 세력이 유입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최근 늘어난 외지인의 부동산 거래를 증거로 든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증평군 아파트 거래 129건 중에 84건(65.11%)의 매수자가 충북 바깥 거주자였다. 이곳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지인 거래가 매월 한자릿수에 머물렀으며, 심지어 '0건'이었던 때도 있었다.

미분양이 줄어들자 분양권 전매도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증평군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전월 12건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38건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증평 미암리 코아루 휴티스' 전용면적 83.40㎡ 분양권은 26일 2억6,840만원에 매매됐다. 기존의 분양권 가격보다 1,079만원 비싸진 것이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이뤄진 이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만 최소 137건에 달한다. 

문제는 투기성 짙은 분양권 거래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분양권이 비싸질수록 인근 구축 아파트도 덩달아 호가를 올리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증평 미암리 코아루 휴티스' 인근에 위치한 장동리 '증평삼일' 전용면적 84.95㎡ 15층은 8일 1억1,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는 지난 3월 9,550만원 대비 15.18% 상승한 가격이다.


부동산 투기 피해자는 실수요자... "전매 제한 확대해야"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분양 아파트가 일시 마감되는 등 외지인의 시장 개입이 많아지게 되면, 부동산 시장은 자연스레 매물이 사라지고 매도자 우위로 바뀐다"며 "가격 상승을 예상하지 못하고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지역 실수요자는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분양권 전매제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투기세력은 계속해서 지역을 옮겨다니기에, 이 같은 문제는 계속해서 번져나갈것"이라며 "전매 제한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거나, 양도소득세를 높게 하는 등 투기적 수요에 대한 별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진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