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현실화한 가운데 특히 확산세가 가파른 남서부 '선벨트(Sun Belt)'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리조나ㆍ플로리다ㆍ텍사스주(州) 등 '태양이 쏟아지는 지대'의 코로나19 확산은 무증상 젊은층이 주도하는데다 높은 기온에도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줄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최근 2주간 65%나 늘면서 251만명을 넘어섰다. 이날 하루에만 신규 확진자가 4만4,782명이나 나오면서 사흘 연속 일일 기준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역별로는 캘리포니아ㆍ애리조나ㆍ플로리다ㆍ텍사스 등에서 신규 확진자 수 기록이 새롭게 쓰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확산세에 대해 "뉴욕을 비롯한 북동부 대도시 중심이었던 발병 초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남서부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이어 "많은 이들이 평소대로 여름 일상을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들 선벨트 지역에서는 요양원이 아닌 술집과 파티를 통해 확진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쇄령 해제와 경제 재개를 사실상의 일상 복귀 신호로 받아들인 후과라는 지적이다.
특히 보건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젊은층 환자 급증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애리조나의 경우 지난 26일 기준 누적 확진자 6만6,000여명 중 약 60%가 45세 미만이고, 캘리포니아에서도 24일 기준 19만6,000여명 중 40대 이하가 60%를 넘는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6일 두 달만에 재개된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늘어남에 따라 감염자를 식별해 격리하고 경로를 추적하던 기존 방역 관리가 효과적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우치 소장은 특히 선벨트 지역에 대해 "고온의 환경이 코로나19 전파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발병 초기 여름이면 잦아들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갔음을 인정한 것이다. 일각에선 되레 '에어컨 경계령'이 나왔다. 조 제럴드 애리조나대 교수는 "에어컨 노출시간이 긴 무더운 주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낮 최고 기온은 이미 40도를 넘어섰다.
코로나19 TF를 이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선벨트 지역의 확산세를 감안해 이번주로 예정됐던 이들 지역의 유세를 전격 취소했다. 대신 현지를 방문해 주지사 및 보건당국자와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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