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이건 고데기에요" 단백질 건드리는 열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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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이건 고데기에요" 단백질 건드리는 열의 마법

입력
2020.07.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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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손님, 이건 고데기에요."

연예인 사진을 들고 미용실에 가면 열이면 열 듣는 대답이라 한 때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던 말이다. 파마로는 연출되지 않는 머리 스타일을 가리켜 '손이고'란 줄임말로도 통한다. 

흔히 파마는 오래가지만 컬의 곱슬거림 정도가 강하고, 고데기는 머리를 감거나 시간이 오래 지나면 원 상태로 돌아오지만 자연스럽게 물결지는 느낌으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웬만한 집에 한두 대씩은 구비돼 있다. 파마는 미용실에서 몇 시간씩 앉아 있으면서 전문 인력과 화학약품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반면, 고데기는 아침 출근 준비 시간을 잠깐씩 할애하면 원하는 모양으로 머리를 바꿀 수 있는 간편한 기구다. 파마처럼 특별한 약품을 바르는 것도 아닌데 뜨거운 열판이 달린 기구로 머리의 모양이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사실 우리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열과 머리카락이 만나면 모양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원전 3,000년 전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강 유역의 점토와 나무 막대기로 머리를 말았다고 한다. 점토를 머리에 바른 뒤 나무 막대기에 말고 직사광선의 열로 건조한 뒤 점토를 덜어 웨이브를 연출했다. 그리스ㆍ로마 시대엔 철봉을 사용했고, 19세기 중순에 이르러선 지금의 고데기와 유사하게 석유램프로 머리에 대는 봉에 직접 열을 가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계란 프라이와 닮은 고데기 원리

머리카락 한올의 평균 굵기는 고작 0.08㎜지만 속은 꽤 알차게 구성돼 있다. 가장 안쪽부터 △모수질 △모피질 △모표피 등 3개 층으로 나뉜다. 모발의 가장 중심인 모수질은 속이 비어 있는 상태로 존재하고, 모발의 80~90%를 차지하는 모피질은 멜라닌 색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모발의 신축성과 강도를 결정한다. 

이 모피질을 둘러싸고 있는 층이 모발의 표면에 해당하는 모표피다. 모표피는 단백질의 일종인 케라틴이 물고기 비늘처럼 여러 겹으로 겹쳐 자리잡고 있다. 모피질을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고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가장 바깥에 있다보니 일반적으로 손상이 잘 일어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쉽게 느끼는 머리카락의 탄력, 질감, 색상 등 모발의 성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부분이다.

머리카락의 모양을 바꾸는 원리는 단백질 다발들의 성질 속에 있다. 달걀에 열을 가해 굽거나 삶으면 날달걀이 굳어지는 것처럼 단백질은 열을 만나면 성격이 변한다. 모발도 마찬가지다. 머리카락 속 단백질은 수소 원자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수소결합으로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지만, 높은 온도의 열이 닿으면 머리카락 수소결합이 끊어진다. 고데기로 머리카락을 곧게 펴거나 구불거리면 바꾼 모양대로 모발이 일시적으로 변하는 이유다.

고데기는 열만을 이용해 모양을 바꾸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거나 물로 감으면 모양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우리가 미용실에서 받는 파마는 열뿐 아니라 염기성 물질을 활용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염기성 물질을 모발에 발라 케라틴 속 분자 결합을 끊어낸 뒤 머리카락 모양을 바꿔 고정한 다음 다시 역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중화제로 분자들을 결합시킨다. 단백질 결합을 끊었다 다시 결합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바뀐 형태가 오래 유지되는 것이다. 

과도한 열 노출은 금물

단백질과 열의 만남은 모양 변형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의 손상도 불가피하다. 무한대로 머리 모양을 마음껏 바꿀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유는 역시 단백질에 있다. 열을 가했을 때 머리카락 내부에 있는 수분이 끓어 오르면 공기 방울이 생기게 되고, 이 방울은 모표피의 케라틴 사이를 들뜨게 한다. 열을 과도하게 가할수록 층층이 겹쳐져 있던 케라틴 사이에 불규칙한 틈이 생기게 되고 모표피가 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건강한 모발(위)과 과도한 열기를 사용하는 헤어 제품에 노출된 모발. 열에 오래 노출되면 모표피 들림 현상으로 머릿결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다이슨 제공


모표피가 약해지면 모발 손상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모발 손상에는 다공성 모발, 모발 갈라짐, 결절성 모발 등이 있다. 다공성 모발은 말 그대로 모발에 여러 개의 구멍이 생긴 형태를 말한다. 수분 유지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건조해진다. 모발 갈라짐 손상은 가로 방향이 나닌 세로로 머리카락이 잘 끊어지는 상태로, 뿌리 쪽으로 모발이 계속 갈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결절성 모발은 모표피가 파괴돼 머리카락 색이 연해지고 쉽게 부러지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 중 모발 갈라짐이나 결절성 모발은 모표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 모표질이 외부에 이미 노출돼버린 경우로,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잘라내는 수밖에 없다.

헤어 제품들은 '열과의 전쟁' 중

모발이 다루기 까다로운 단백질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고데기 등 헤어 제품 제조사들은 그야말로 '열과의 전쟁' 중이다. 머리 스타일을 변경하려면 열을 가해야 하지만, 동시에 모발이 손상되지 않을 '적정선'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헤어 제품을 고를 때도 열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5월 출시된 다이슨 신제품 '코랄 헤어 스트레이트너'. 다이슨 제공


비달사순, 유닉스, 필립스 등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대표 제품에 온도 감지기(센서)를 넣어 적정 온도가 유지되도록 하거나 20여단계까지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열을 전달하는 열판의 구성에 변화를 주는 방식이 나왔다. 지난 5월 출시된 다이슨의 신제품에는 '플렉싱 플레이트' 기술이 들어가 있다. 대부분 고데기 열판이 평평한 것과 달리 촘촘히 연결된 15개의 면으로 이뤄져 열판이 유연하게 휘어지기 때문에 모발이 열에 노출되는 횟수를 최소화한다는 게 다이슨의 설명이다. '지능형 열제어 시스템'도 탑재돼 열판의 온도를 1초당 100회 측정해 열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다이슨 관계자는 "여름철은 자외선으로 인한 모발의 열 손상이 흔히 나타나는 계절이라 수분을 유지해야 하고, 고온의 열을 전달하는 미용 기구를 사용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시기"라며 "제품마다 열이 과도하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부가 기능이 있는지 살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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