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잠행을 마치고 24일 귀경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의 6개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반발, 사의를 표명하고 칩거에 들어간 지 9일 만이다. 코로나19 경제 위기와 남북관계 악화로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국회가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된 것은 다행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일 국회로 돌아간다”며 “문재인 정권의 폭정, 집권 여당의 폭거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상임위별 의원 배정으로 국회 등원은 하되, 원내에서 대여 투쟁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다만 주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을 갖지 못할 바에는 18개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전부 다 가져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법사위원장을 원내 2당에 주던 원 구성 관행이 깨졌지만 이제 와서 통합당 요구대로 없던 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안 가져가도 된다”는 주장만 할 게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앉아 현실적 출구를 모색하는 게 낫다. 민주당도 상임위원장 싹쓸이를 거론하며 통합당을 자극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주도권을 쥔 여당이 먼저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은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기업 파산과 대량 실업 발생은 생산 저하로 이어져 코로나 종식 후에도 경기 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35조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벌써 3주가 지났지만 심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오죽하면 국회를 찾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속이 타들어 간다”고 호소했겠는가.
주 원내대표가 추경안 심사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추경안 처리의 시급성과 절박성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야당 몫으로 남겨 둔 예결위원장 선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안 심사는 다시 파행을 겪을 공산이 크다. 통합당은 이왕 국회 복귀를 결정했다면 추경안 처리만큼은 초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 여야가 다시 만나 원 구성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선 추경안 처리, 후 상임위 논의’ 원칙에라도 합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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