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자체적으로 기소 독점권을 견제하겠다며 내세운 외부 감시 제도가 대부분 '깜깜이'로 운영돼 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ㆍ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독단적으로 소집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을 받는 전문수사자문단과 26일 '삼성 불법 승계' 의혹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가 대표적이다. 회의 내용과 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져 공정한 심의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검이 24일 구성에 착수한 수사자문단은 근거 규정부터가 비공개다. 대검 관련 예규에 총장이 심의 대상 사건과 안건을 정해 소집을 결정할 수 있도록만 돼 있다. 자문단원의 위촉 권한도 검찰총장에게 있다. 참석자 명단과 안건, 심의 내용, 결과가 모두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애초 검찰총장의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문무일 전 총장이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대검 참모의 기소 여부 판단을 수사자문단에 맡겼는데 불기소 의견이 나와 잡음이 일었다.
윤 총장이 무리하게 수사자문단을 소집한 것도 최측근인 한모 검사장이 연루된 이번 사건 수사에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윤 총장은 수사팀이 피의자인 한 검사장을 소환도 하지 못한 시점에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자문단이 사건 처리 방향을 심의하는 건 사실상 수사 방해나 다름없다. 수사자문단 소집은 피의자가 신청할 수 없도록 된 규정도 무시됐고, 대검 부장회의 결정이 나오지 않았는데 소집이 결정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자문단 소집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마당이니 어떤 결론이 나와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도 회의 내용이 전혀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위원들이 어떤 의견을 내고, 어떻게 논의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민감한 사건에 시민이나 전문가 등 외부의 판단을 받아 보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취지에 걸맞게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절차와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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