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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분노 심상찮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에 청와대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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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분노 심상찮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에 청와대도 ‘촉각’

입력
2020.06.25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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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청와대 국민청원 20만 돌파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첫 공식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영종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2일 첫 공식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영종도=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가 1,902명의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불거진 공정성 논란에 청와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를 외쳤던 상징적 장소라 문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충분해서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문 대통령 핵심 공약 중 하나이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계기로 ‘공정성' 화두가 전 사회적으로 민감해진 터라 마냥 침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화 그만" 靑 국민청원 하루 만에 20만

인천공항이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21일 알려진 후,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분노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글은 24일 오후 9시 기준 20만 명의 동의를 얻어 하루 만에 답변 기준을 넘어섰다. 

분노의 근간엔 ‘과연 이번 정규직 전환이 공정한가’라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공공기관 중에서도 인기가 높아 취업준비생들이 입사를 위해 들이는 노력이 상당한데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맞느냐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청원 글에도 “사무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전환이 공평한 것인가”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사 정규직 노조는 ‘평등권 침해’를 들어 헌법소원 제기를 예고한 상태다. 이번 정규직 전환이 다른 취업준비생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공정성 논란을 확산시킨 원인 중 하나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자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영종도=뉴스1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오후 인천공항1터미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자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영종도=뉴스1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이 나눈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2일 급속도로 전파된 채팅방 캡처엔 “알바천국(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정규직으로 간다ㅋㅋㅋ”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차도 벤츠로 뽑아야겠다” 등 발언이 담겨 있다.


"비정규직 제로" 말했던 文... 野 "청년에게 사과하라"

청와대는 인천공항을 둘러싼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순히 국민적 관심도가 높거나 비판 여론이 큰 사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2일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 드렸다. 우선 공공부문부터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 드리겠다”고 밝힌 장소가 인천공항이었을 정도로 비정규직 이슈의 상징적 기관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공정성 논란이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비난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다른 공공기관보다 짙다.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 ‘로또취업’ 취소하고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등 야권의 책임 촉구 목소리는 이미 높아지고 있다.

하태경(오른쪽) 미래통합당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사태의 시사점과 위안부 운동의 새로운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태경(오른쪽) 미래통합당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사태의 시사점과 위안부 운동의 새로운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청와대는 섣불리 입장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시그니처 약속'으로 인해 논란이 빚어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어떤 입장이든 내놓아야 한다는 인식은 있다. 다만 청와대가 목소리를 급하게 냈다가 자칫 조국 전 장관 임명 당시와 비슷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당시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자녀들이 입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공정성 논란이 크게 불거졌음에도 법적, 도덕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는 판단 아래 임명을 강행하며 정권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큰 틀의 원칙을 단순히 강조하는 것은 자칫 공정성에 눈을 감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고, 그렇다고 침묵으로 일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응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여러 의견들이 나오지만,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앞에서 노조원들이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제공

23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앞에서 노조원들이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제공


그럼에도 인천공항 공정성 논란의 상당 부분이 잘못된 정보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필요는 있다는 데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듯하다. 가령 청원경찰로 전환된 이들이 공개채용 방식으로 들어온 이들과 같은 연봉을 받는다고 알려진 부분이나, 이들의 정규직화가 다른 직군의 채용인원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는 부분 등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 전 장관 사태를 거치며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확인했고, 직접 공정성 문제에 더 예민해지리라 강조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사퇴 직후인 지난해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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