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세에
의료계와 당국 시각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의료계와 방역당국이 대응전략을 두고 의견 차이를 드러냈다. 현장의 피로를 직접 체감하는 의료계에서는 환자가 급증해 의료인력이 부족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 당장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환자를 분류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한 중증도 판단 기준을 내놨다. 중앙임상위는 국내 의료기관들이 모여 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권고안)을 만드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움직임이다. 반면 정부는 대구의 확산세를 억제하는데 성공한 검사(test) 추적(trace) 치료(treat)의 3T 전략을 바탕으로 보다 점진적으로 대전의 확산세를 차단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의료계, 대유행 대비 ‘비의료인 지침’ 내놔
의료계는 방역활동을 뒷받침하다 의료기관들이 지쳐 떨어져 나가는 상황을 우려한다. 지난 21일 중앙임상위 기자회견에서는 의료체계에 쌓인 피로, 방역활동에 치료활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직접적으로 표출됐다. 오명돈 위원장은 “현재 방역수단으로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서 “무증상 감염이 많고 대화로도 퍼지는 신종 코로나의 특성상, 팬데믹(세계적 유행) 종식은 불가능한 목표이며 언론이 지적한 ‘구멍 뚫린 방역’은 개선할 여지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일부에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와 신종 코로나의 차이를 모르고 같은 목표를 요구하는 것 같다”면서 “방역 목적으로 검사하다 보니 젊고 건강한 사람들을 격리해야 했고 정작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대기하다 아까운 목숨을 잃었던 아픈 경험을 다시 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중앙임상위는 이날 ‘비상 상황을 전제한 환자 분류 기준’까지 공개했다. 임상사례를 분석한 결과, 호흡곤란과 기저질환이 없고 의식이 명료한 50세 미만 성인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1.8%에 불과하다면서 의료진이 아닌 사람도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환자를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중앙임상위는 병세를 관찰할 보호자가 있다면 이러한 환자는 재택에 격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의료인이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의료진이 아닌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팬데믹 상황에서는 비의료인도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상 기준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소 역시 피로해져 퇴원 환자 관리 업무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 대해 방 센터장은 “질병관리본부가 기준을 바꾸면 (보건소와 의료기관의) 갈등 요인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3T 기반으로 ‘위험지역 선제 점검’
그러나 정부는 재택치료 시행은 ‘최악의 상황’이며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환자가 폭증하면서 유행 초기부터 재택치료가 선택지에 있었지만 한국은 3T 전략을 바탕으로 환자 발생을 억제해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재택치료보다는 환자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기 이전에 3, 4일 정도 집에서 머무는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환자 증감에 따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감염병 전담병원을 지정하거나, 해제하는 방안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지정과 해제를 반복하면 신종 코로나 이외의 질환을 앓는 환자가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없다는 중앙임상위와는 다른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K-방역’을 수행하느라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이용이 어려워진 만큼, 응급환자 또는 다른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정부는 이 역시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에서는 독자적으로 관련 현황을 분석한 사례가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2일 기자설명회에서 “사망 원인 통계는 상세 통계를 재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분석 결과가 나온다”면서 “(최근) 1, 2개월 이전의 상황에 대한 발표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정부는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이나 계층을 발굴해 방역조치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내 쪽방촌이나 함바식당, 종교시설, 체육시설 등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퇴원 기준 완화도 중앙임상위가 처음 요구한 지 3개월 만에 결국 받아들였다. 윤태호 중수본 총괄반장은 “무증상이나 경증환자는 병원 대신 생활치료센터로 바로 이송하거나 입원치료를 통해 증상이 없어지면 신속하게 생활치료센터로 전원하도록 금주 중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라면서 “생활치료센터를 확충하고 권역별로 병상, 인력 등의 공동대응을 위한 의료체계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