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형량 강화만으론 한계... ‘어떻게’ 처벌할 지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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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형량 강화만으론 한계... ‘어떻게’ 처벌할 지도 고민해야

입력
2020.06.22 01:00
수정
2020.06.22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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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요, 피멍 든 동심  (하) 반복되는 아동학대  근절하려면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경남 밀양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잔인한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 사회에는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2013년 ‘칠곡 계모 사건’이나 ‘서현이 사건’의 가해자에게 징역1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됐지만 친자식의 학대와 폭행을 방치한 친부에게 징역4년형이 선고됐을 때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아동 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건에서는 집행유예 선고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우선 강력한 처벌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치료적 접근은 물론,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 지원대책 또한 동반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범죄에 여전히 관대한 처벌

아동학대 범죄를 처벌하는 기본법인 아동복지법은 2000년, 2006년, 2017년 등 세 차례에 걸쳐 개정됐으며 매번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 성학대의 경우, 법 제정 당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었지만 2000년 개정 때 벌금이 3,000만원으로 상향된 데 이어 2006년에 5,000만원, 2017년에 1억원으로 꾸준히 높아졌다. 신체ㆍ정서학대 및 방임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서 2000년 개정 당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이후 2006년부터 벌금만 3,000만원, 2017년 5,000만원으로 다시 한 번 상향조정 됐다.

하지만 처벌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21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 받은 비율은 2018년 기준 각각 46.5%, 27%에 달한다. 반면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은 13.6%에 그쳤다. 2013년 울산, 칠곡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처벌규정이 한층 강화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18년 기준 집행유예, 벌금 선고 비율은 각각 41.7%, 25.8%인 반면, 실형 선고 비율은 11.5%에 머물렀다.




“강력한 처벌과 체계적 지원대책 병행돼야”

아동학대 범죄에 관한 한 사법부의 안이한 인식이 우선 문제로 지적된다. 점차 흉포화하는 범죄의 양태와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보다 강도 높은 처벌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강력과 처벌과 함께 형벌의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학대 가해자 중에는 아동훈육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만으로 변화를 나타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며 “대부분이 알코올이나 게임 중독, 정신질환 등 교육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를 갖고 있고 이들을 위해 전문적인 치료기관과의 연계 등 복합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특성상 무조건적인 형량강화 보다는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학대 피해자인 아동에 대한 구제와 지원대책도 병행해야 한다.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팀장은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벼우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괜찮아’라는 식의 인식을 갖게 돼 재범위험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제력을 가진 부모 중 한 사람이 구속되면 남은 아이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 사법부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아동학대의 80% 이상은 부모ㆍ친인척 등 가족관계에서 발생하지만 이들이 실형을 선고 받고 장기간 수감생활을 하게 됐을 때 남겨진 피해아동을 보호할 곳은 마땅치 않다. 학대아동을 구출하기 위한 처벌이 도리어 아이의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셈이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문제는 가해자 한 사람을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며 “가해자와 분리된 아이를 어떻게 돌볼지, 아이가 속한 가정의 기능은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형을 산다고 해도 아동학대 범죄 특성상 아이도, 가해자도 결국 원래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족의 기능 복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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