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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수순은 개성공단 철거’?… 참담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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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수순은 개성공단 철거’?… 참담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

입력
2020.06.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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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섭(앞줄 가운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섭(앞줄 가운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열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 비대위 집행부인 정기섭 위원장과 김학권 고문 등 입주 기업 대표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전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개성공단을 철거할 거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면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앞선 4일 발표한 담화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측의 조치를 요구하면서 △연락사무소 폐쇄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했다. 실제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 총참모부는 철수했던 비무장지대 초소에 다시 진출하고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전개할 거란 입장까지 내놓으면서 남북 관계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특히 2004년 6월 문을 연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마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이날 비대위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거웠다. 비대위는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정기섭 위원장은 “4·27, 9·19 선언 중 어느 것 하나 이행이 안 되는 바람에 남측에 대해 신뢰가 깨지고 분노한 상태에서 전단은 하나의 기폭제가 된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남북 충돌을 막고 국제사회 지지를 받기 위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정상 간 공동선언의 내용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북측에도 “개성공단은 남북 주민들의 땀과 열정, 민족정신이 서린 곳이다. 개성기업인들의 사업의지를 꺾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학권 고문도 “우리가 10년 넘게 북측 근로자들과 함께 근로활동을 하던 그 상징적인 장소(연락사무소)가 어제 무너진 것”이라며 “남북 간 대립 관계가 이렇게 지속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국내 기업은 약 120곳이다.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입주 기업들이 그곳에 남겨두고 온 자산만 9,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계설비를 비롯한 고정자산과 완제품 등을 고려한 규모다. 여기에 투자금액까지 합하면 손실액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비대위 측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개별 장비 등은 손상이 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4년 연락사무소 개소식 때 개성을 방문하고 돌아온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당시 개별공장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북측 관리인들이 ‘개성공단은 우리가 잘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이번에도 개별공장 피해는 없을 거라 추측하고 있고 또 그렇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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