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노총 최임위 위원 윤택근 부위원장
“경영계는 기업의 책무 어떻게 할지 밝혀야
1만원까지 인상요구 이어갈지는 미정
위기상황에서 민주노총 입장만 내세우지 않아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 발언 부적절했다”
내년 최저임금 관련 민주노총 방향 처음 공개
“당장의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산정까지 결부해 논의하자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를 무력화시키는 부적절한 주장입니다. 경영계가 코로나 재난을 틈타 자신들의 요구안만 내놓고 수백 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양보만을 요구해선 안 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 되는 국면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선은 어디서 그어져야 할까. 지난 11일 제1차 전원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임위 논의가 시작됐다. 한편에선 신종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국무총리실 주재로 진행되면서, 경영계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총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최저임금 동결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와 내년 최저임금 논의는 분리돼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윤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새로 선임한 4명의 최임위 근로자위원 중 한 명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민주노총의 공식 입장을 처음 밝혔다.
윤 부위원장은 “경영계는 2018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간 최저임금 인상률로 ‘0%’를 제안하다 지난해에 급기야 마이너스 인상까지 요구했다”며 “경영계가 노동계의 양보만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지난해 기준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956조원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어떻게 질 것인지, 이번에야말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부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상황에서도 최저임금을 끌어올림으로써 가계소득 진작,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달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 수가 줄어드는 효과는 미미했고, 저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소득개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라며 “지난해 기준 1인가구 표준생계비 236만원에는 미치지 못하더라고 노동자가 먹고 살 정도는 줘야 한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노총이 2016년 이래 기조로 삼은 최저임금 1만원까지의 인상 요구를 올해도 앞세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윤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신종 코로나 타격이 큰 민주노총 밖 미조직 노동자ㆍ시민사회단체ㆍ진보정당 등이 함께하는 최저임금연대회의에서 각자 입장이 달라 이견을 좁혀야 한다”며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앞세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와의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에 소극적인 정부측 태도 또한 비판했다. 지난 해 최임위에서는 정부측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내지 않은 채 노사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인상률만 놓고 표결에 부치는 등 제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부위원장은 “평소 최임위 심의는 노사가 안을 내면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내는 등 역할을 했으나 지난해 공익위원들은 노골적으로 노동계의 양보만을 요구했다”며 “올해 9명의 공익위원이 그대로 남아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열린 첫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과 관련해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으면 효과가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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