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가 지난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대북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불허했고, 다음달인 16일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초강수를 뒀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보도에서 “15일 남조선 당국이 특사파견을 간청하는 서푼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며 “우리의 초강력 대적 보복공세에 당황망조한 남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면서 방문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고 밝혔다.
통신은 “남측이 앞뒤를 가리지 못하며 이렇듯 다급한 통지문을 발송한 데 대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전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문 대통령은 6ㆍ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던 지난 15일 북한에 특사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5일 북한을 향해 “오랜 단절과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또 다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고 했다. 남북 간 연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북한은 대화 제의를 냉정하게 거절한 셈이다. 통신은 “참망한 판단과 저돌적인 제안을 해온데 대해 우리는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면서 “남조선 집권자가 ‘위기극복용’ 특사파견놀음에 단단히 재미를 붙이고 걸핏하면 황당무계한 제안을 들이미는데 이제 더는 그것이 통하지 않을것이라는것을 똑똑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라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북한은 이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지역에 군부대를 주둔시키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복구하는 등의 계획을 밝히면서 사실상 9ㆍ19군사합의 파기 선언을 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우리 공화국 주권이 행사되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이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북남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하였던 민경초소들을 다시 진출ㆍ전개하여 전선 경계 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서남해상 전선을 비롯한 전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전투 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정상적인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 복구와 전선 훈련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어서 9ㆍ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이나 다름 없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밝힌 군사행동 계획들을 세부화해 이른 시일 안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준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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