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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대우조선, 분식회계 기반한 성과급은 부당이득… 반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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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대우조선, 분식회계 기반한 성과급은 부당이득… 반환해야”

입력
2020.06.1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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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민법상 근거”..1심 뒤집어

임원들에 지급된 220억 중 시효 남은 100억 환수 가능성

대우조선해양 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우조선해양 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의 임원들이 받은 성과급은 ‘부당이득’이기 때문에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당시 ‘성과급 환수 조항’이나 관련 제도가 미비해, 임원들에게 준 성과급을 환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법원이 “법률상 환수 근거가 있다”고 처음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당시 대우조선 임원들에게 지급된 220억원 규모의 성과급이 환수되는 건 물론, 앞으로 기업의 분식회계를 바탕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에도 환수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민법으로 충분… 별도 환수 조항 필요 없어”

부산고등법원 창원제2민사부(남양우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전직 대우조선 부사장 5명과 전무, 상무가 2012년 지급받은 성과급 5억원을 회사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앞선 1심 재판부가 “성과급 환수에 필요한 법률 또는 계약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과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피고인 전직 임원 7명은 1, 2심이 진행되는 동안 대우조선과 맺은 계약에 ‘성과급 환수(일명 클로백ㆍclawback) 조항’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성과급을 돌려줄 수 없다고 회사 측에 맞섰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분식회계를 기반으로 성과급 기준을 충족시킨 건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2년 당시 대우조선은 3,084억원의 순손실을 내고도 분식회계로 1,37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했다고 꾸며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줬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2012년 당기순손실 발생이 인정되고, 성과급 지급 기준에 따르면 순손실 때는 성과급을 지급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2심 재판부는 임원들이 받은 성과급이 ‘민법상 부당이득’에 해당돼 반환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법률상 근거 없이 타인의 재산을 얻고 손해를 준 경우, 이익을 반환해야 하는 건 민법 741조에 나오는 의무”라며 “민법 조항과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대우조선이 임원들과 맺은 계약에 성과급 환수 조항 등 별도 근거가 없더라도 성과급을 돌려주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진행된 약 30명의 대우조선 전직 임원에게 지급된 12억원 규모 성과급 반환 소송에서도 법원은 같은 이유로 성과급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우조선해양 전직 임직원 부당이득에 대한 법원의 판단
대우조선해양 전직 임직원 부당이득에 대한 법원의 판단

◇다른 분식회계 사건에도 적용될 듯

앞서 대우조선은 2008~2014년 약 1조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지만, 2015년 갑자기 3조2,437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했다. 결국엔 앞서 기록한 영업이익이 모두 분식회계였음이 드러났다. 이에 이 기간 임원들에게 지급된 약 220억원의 성과급이 부당하게 지급된 것이니 돌려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당시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법리적으로 가능한지 검토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금융당국 또한 “현실적으로 돌려받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성과급 환수 조항이나 관련 제도가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현행법상 분식회계를 토대로 지급된 성과급은 반환해야 하는 새 기준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율강의 윤길현 변호사는 “분식회계를 바탕으로 지급된 성과급을 돌려주라는 첫 판결”이라며 “대우조선이 부당하게 지급한 성과급 중 시효가 남은 100억원은 물론, 향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이번 법원의 판단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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