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군사행동 예고’ 후 9ㆍ19합의 무력화 나설 듯
NLL 부근 해상 긴장 조성·DMZ 재무장 등 거론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고리로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가던 북한이 급기야 ‘군사행동’ 압박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9일 남북 연락채널 차단에 이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암시 등 도발 예고가 구체화하고 있다. 닫혔던 해안 포문을 재개방하는 등 9ㆍ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단계적 행동이 예상된다.
김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우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해체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다음 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했다. 총참모부는 남측의 합동참모본부와 유사한 북한군 조직이다. 최근 들어 대남정책을 총지휘하고 있는 김 제1부부장에 이어 군부가 추가 행동에 나설 듯한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일단 9ㆍ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북한의 추가 도발 카드가 관심이다. 김 제1부부장은 앞서 4일 담화에서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금강산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을 언급했다. 이어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도 5일 담화에서 “어차피 날려 보낼 것, 깨버릴 것은 빨리 없애버리는 것이 나으리라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면서 군사합의 무력화를 강하게 암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해상에서의 군사적 긴장감부터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해상은 9ㆍ19 군사합의 이전에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 잦았던 만큼 많은 품을 들이지 않고도 남측과의 군사 대치 긴장 수준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14일 “군사합의에 따라 닫혔던 해안포문과 경비정의 포신을 다시 개방하고, 해안포 발사 훈련을 감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6월은 서해 NLL에서 남북 간 충돌이 잦았던 꽃게잡이 철인 만큼 긴장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비무장지대(DMZ) 내 화력 복구에 나설 수도 있다.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철거했던 감시초소(GP)를 복구하거나 판문점 경계병들을 재무장시켜 9ㆍ19 군사합의 이행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식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 군 역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또 신형 방사포 등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를 해온 대남용 전략무기를 실전배치하는 식의 위협을 해올 여지도 있다. 원래 북한 군부대가 자리했던 개성공단에서 남북연락사무소를 철거한 뒤 군을 다시 배치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가능성도 여전하다. 다만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남측과의 대립각을 세우는 데 맞춰져 있는 만큼 미국의 초강경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대미용 전략무기 카드를 지금 사용하진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또 북한의 일련의 위협이 직접적인 군사 작전을 예고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0년 연평도 포격이나 2015년 목함지뢰 사건 같은 군사 도발을 염두에 뒀다면 ‘군부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식의 예고는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의 4일 담화부터 시작해 노동신문의 대대적 보도, 탈북민 규탄 결의대회,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외무성 수장의 잇따른 비난 담화 등이 모두 계산된 범위 내에서 나온 구두 엄포라는 분석도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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