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리선권 외무상 담화를 통해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 관계 개선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며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확실한 힘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북한과 미국이 엇갈린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에 더해 북미 간 협상이 진전은커녕 퇴보 조짐을 보이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취임 후 첫 대미 담화를 낸 리 외무상의 발언은 현재 북미 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리 외무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 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정세 격화에만 광분해 왔다” “실천 없는 약속보다 더 위선적인 것은 없다"고도 비판했다.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 등 선제 조치 없이는 먼저 협상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 파기'를 선언하지 않고 '대가'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협상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의 입장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무부 대변인이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으나 무게가 실리지 않는 모습이다. 당장 대선 준비에 주력해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과의 협상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미국은 한편으로 최근 북한의 대남 연락채널 단절에 대해 " 실망했다"는 입장을 표명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대선까지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치중할 공산이 크다.
한반도 교착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행보는 더욱 중요해졌다. 청와대는 1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이후 처음으로 대북 전단으로 인한 남북 긴장을 막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때마침 미 국무부는 "미국은 언제나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해 왔다"는 논평을 냈다. 지난 몇 년간 남북관계는 북미관계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대북 정책과 협력사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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